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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2. 2022

닥치고 방문하라 1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나의 닥방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1 가정 시간-이런 기억들은 선명해서, 선생님의 존함까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요. 박란정 선생님! 나는 학령기 대부분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거의 대부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받았어요. 산동네에 살면서 학원 하나 제대로 안 다니고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배경이죠. 이달학습과 다달학습을 챙겨주셨던 초등 선생님들,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신 중학교 선생님들까지 무한한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약간의 반항기로 선생님들을 불편하게 해드렸던 것 같아요. 나의 어머니는 내게 사춘기가 없었다고 했지만, 그게 사춘기였나 싶어요- 다양한 직물 샘플 만들어오라는 숙제를 받았어요. 


그러니까 중1 가정 시간, 다양한 직물 샘플 만들어오라는 숙제를 받았어요. ^^


숙제에 늘 진심이었던 나는 그날, 머리를 굴렸어요. 집에 잘라갈 옷 따위가 있을리 없었고 천을 살 돈도 없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이 숙제를 할 수 있을까? 머리 속에 이불집들과 양장점, 포목점 등이 떠올랐어요. 집 근처에 성대시장과 장승시장 등이 떠올랐어요. 나는 가정교과서를 들고 시장으로 갔고 '닥방'을 했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국사봉 중학교 1학년 2반 이현정이라고 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인사를 건네고 소속을 밝히고 문턱을 넘어들어가서 가정교과서를 쫙 펼칩니다. 사장님들은 보통 바쁘시지만, 나는 옆에 딱 주저앉아 한가해지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가정 시간에 받은 과제에 대해 말씀을 드려요. 사장님들은 늘 맛있는 옥수수와 드시던 떡 따위를 내주시며 친절하게도 짜투리 천을 챙겨주시고 아예 연도가 지난 샘플책 등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나는 조금더 욕심을 내서, 과제에서 배우게 될 부분들을 챙겨 질문을 했어요. 직조 방식은 뭔가요? 합성섬유의 혼방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어느 순간에는 견본들이 겹치는 것들이 파악이 되어, 책에 다루어진 천의 종류에서 빠진 것을 챙기며 요청을 드리기도 합니다. 다른 견본을 요청해 가며 숙제를 했지요. 


당연히 숙제는, 박란정 선생님의 눈에 쏙 들었겠지요? 박란정 선생님은 내가 졸업할 때까지 국사봉 중학교에 계셨는데.... 이때의 일로 나는 종종 가정 선생님이 결정해야 하실 중요한 사안들을 함께 결정하는 파트너가 됐지요. 내가 졸업한 이후에 아이들이 입어야 했던 카라 없는 와이넥 교복. 나 때문에 그렇게 됐다지요. 박란정 선생님은 그 일로 내가 어떤 형편의 아이인지 잘 알게 되셔서.... 나중에 학교 안에 매점을 운영하는 일도 맡겨 주셨었죠. 닥방이랑은 상관없지만 매점 운영을 맡겨주셨을 때도 나는 주저 않고 비슷한 형편의 정화, 단영이와 함께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팔았어요. 그때 참 재밌었는데. 이게 닥방 1화. 닥방 2화 이어서 계속 써볼게요. 궁금하면 다음 게시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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