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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 Jan 02. 2022

닥치고 방문하라 2화

왜 기다려야 하나요? _ 이달의 닥방사  

'왜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을 나의 닥방사 앞에 붙인 걸까요? 끝 화까지 다 읽으신다면 이유를 알 수 있지만.... 이렇게 조각으로 나눠서 쓴 이유는, 짧은 호흡으로 읽는 게 좋다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임정진 작가님의 꿀팁에 따른 것이랍니다. 그래서 짧은 호흡으로, 에피소드들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두 번째 닥방 이야기. 그때는 내가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그 시절에는 과고를 잠깐 꿈을 꾸기도 했네요.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전혀 다른 두 가지를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도 사실 전혀 다른 여러 가지를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다시 본론으로. 


그시절 나에게는 '위를 봐요(동명의 그림책이 있죠. 정진호 작가님이 쓰고 그린)' 버릇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동전을 줍기 위해 땅만 보고 걷던 시절을 보내고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면서 '위를 봐요'를 하며 다녔어요. '위를 봐요'는 고개를 위로 들어 건물의 외벽을 살피며 걷는 버릇인데... 우리 동네에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가 궁금해서 살피다 생긴 버릇이에요. 아마도 교과서에서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산업에 대해 배우게 되면서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 무렵 우리 동네에는 가발 공장과 공집 등의 다양한 회사들이 자리를 잡았고, 동네 엄마들 사이에 다양한 부업이 유행처럼 번졌어요. 작은 공장들이 산동네에 자리를 잡고는 주문을 받을 때마다 단발성 또는 주기적 부업을 제안했고 그런 부업을 열심히 찾아하는 아주머니들 중에 우리 엄마가 있었어요. 아.... 나의 평소 언어습관 그대로 또 삼천포로 빠졌네요. 사회과 과제로 우리 동네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알아봐야 했는데, 그때부터 1층 상가들과 2층에 위치한 업체들, 그리고 그 위층에 상호, 간판을 챙겨서 보게 됐어요. 


그러다가 우리 동네에 아주 특별한 간판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환경. 그 당신에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쓴 회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끌리듯 그 간판이 걸린 4층 건물로-당시에는 엘리베이터가 흔치 않았어요.그해가 1991년인가 그랬거든요. 그리고 봄이었던 게 기억나요. 그 건물 바깥쪽 가로수들에 연두빛 잎들이 눈부신 햇살에 부서져 이뻤던 게 기억이 나요. 쓸데없는 감각들! 건물 안쪽이 조금 서늘했는데,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4층까지 올라갔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인사를 드렸죠. 


"안녕하세요? 저는 국사봉 중학교 2학년 4반 이현정이라고 하는데요."-알고 보면 닥방의 주요 포인트! 


그리고 간판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들어왔다고 설명했죠. 왜 상호에 환경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나? 학교에서 환경오염에 대해 배웠는데 그런 것과 상관이 있느냐? 어떻게 환경오염을 개선하나? 

알고보니 그 회사는 정화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였어요. 내가 살던 곳은 노량진 옆이었고 노량진에 한강의 물을 정화하여 상수도로 내보내는 시스템이 있다고 했어요. 그와 관련된 사업이라는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실 당시에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어요. 다만 정화시스템의 기본적인 이론 설명을 듣고 실제 어떻게 활용이 되는지를 알 수 있었죠. 이런 저런 자료까지 잔뜩 받아들고 돌아온 나는 가정 하수를 정화하여 배출하는 서비스를 생각해서 발명 경진대회에 출품하게 됐죠. 왜 필요한가에 관해 증명하기 위해, 여러 생활 하수에 금붕어를 담구는 아주 끔찍한 실험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심각한 동물권 침해였어요. 


이 지점에서 그때 나의 실험을 위해 희생된 금붕어들에 미안해. 


이게 나의 두 번째 닥방 이야기예요. 나름대로 흥미로운지. 그래도 읽고 흥미가 있었다면 좋아요 한번 꾹 눌러주고 가세요.  닥방 이야기는 이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을까요? 

나는 그 뒤로도 제법 다양한 닥방을 하며 나의 인생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갑니다만. 궁금하실까요? 나는 그 시절에 무슨 용기였을까요? 그런데 나는 요즘도 닥방, 인생입니다. 세월이 거의 30년이 흘렀는데 말이죠. 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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