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깎은 연필심

by 소소


나는 글 쓰는 것이 좋다


나 하나 제대로 알기 힘든 이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나를 드러내고, 들여다볼 수 있는

작고, 거칠고, 투박한 공간에

나를 적어가는 일이 좋다


이 글로 온전한 나를 알 수는 없겠지만

어느 하루,

혹은 올해의 나쯤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얼굴을 마주하고 세상과 맞설 용기가 없어

점점 흐려지던 나의 줏대는

글을 쓸 때마다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갓 깎은 연필 심을 고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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