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늦게 와라

by 소소


여름이 되어서야 새로 먹은 나이가 익숙해진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유난히 싫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는데,

‘성인’이라는 말이

나를 집 밖으로 세워 둔 것 같았다.


나름 어른으로서의 첫행보는

카페 알바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직장인’이라는 이름을

잠시 빌려 쓰고 있다.


그냥 평소처럼 잠에 들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민증이 생긴 걸까.

왜 어느 날은 스무 살이 되어 있고,

또 어느새 스물다섯이 되었고,

이제는 더 무거운 나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저

하루에 주어진 스물네 시간을 살아내고 있었을 뿐인데,

해가 몇 번 뜨고 지는 사이

나이는 늘 나보다 앞에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억울하다.

잠을 자지 않으면 나이가 들지 않는다면

나는 그 잠을 몇 번이고 미루고 싶다.


왜 해가 뜨면

나는 그새 나이가 들어 있는 걸까.

왜 남들에게 입에 잘 붙지도 않는 숫자로

나를 소개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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