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예정

by 바나나키친

분노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어릴 때는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나도 세상을 무시했던 것 같다. 분수에 맞게 살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모든 게 충분한 환경에서 태어났어도 그렇게 듣기 싫었을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더 나아가야 함을 느낀다


요즘은 하기 싫은 일의 비율이 하고 싶은 일의 비율보다 월등히 높다. 책임이란 감각이 나쁘지는 않다. 지금의 현실도 내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더 노력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고등학교 원서 마감 직전 실업계 지원을 취소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그 때는 왜 가족과의 연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공장이 아닌 대학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을까. 공부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뭐든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이 기억을 떠올리면 아주 조금은 더 노력하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변에 의해 열등감에 사로잡히거나 누군가를 탓한 적은 없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나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타인의 탓이 아닌 타인의 일들에 대해 같은 식으로 탓하지 않았다.


하나의 점이 찍힌다 내가 선택한 한 개의 막이 끝을 내린다. 다급하게 살아온 것만 같은 일련의 과정이 너무도 아쉽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때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다만 오늘을 살다보니 어제에 의미가 생겼을 뿐이다


다음 막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