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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leena Jan 14. 2020

엄마, 종순 씨

엄마와 딸 한낮의 발리 여행기 



낯선 여자와 한낮의 발리

#1 엄마, 종순 씨




20살이 되면서 부모님의 품을 떠나 서울살이를 하게 되었다. 완전한 독립이나 장거리 이별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초의 분가였다. 나는 나대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기에 바쁜 나날을 보냈고 한동안은 새로운 적성이라도 찾은 것처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데 푹 빠져 있었다. 더 넓은 곳을 꿈꾸는 나와 동시에 엄마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길 방법 중 하나로 여행을 택한 것 같았다. 이탈리아니 베트남이니 싱가포르니 낯선 곳을 다녀온 엄마는 늘 나중에 꼭 함께 가자는 말을 덧붙였다.


생활 반경이 완전히 달라지니 일상은 물론 몇 년 간 근교로의 외출이나 여행을 함께 하는 건 쉽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 모녀가 아주 오랜만에 함께 여행을 했다. 복학을 하면 당분간 보지 못할 딸의 얼굴이나 실컷 봐둬야겠다며 엄마가 제안한 8월 끝자락의 여름휴가다. 발리에 다녀왔다.


사실 너무 오래간만에 함께 하는 여행이라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엄마는 엄마만의 나는 나만의 여행 습관이 있으니 말이다. 엄마도 내심 '이 고집쟁이 막내딸이 어떻게 나오나' 걱정했을지 모른다. 엄마가 좋아하는 사진 찍기에도 열심히 동참하며 최대한 즐겁고 밝게 다녀오리라 다짐했건만 의도치 않게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한순간이 많은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한 부분이 적지 않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후회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되새기며 잠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또다시 사소한 문제로 다투고 실랑이를 하며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엄마와 나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도, 내가 엄마를 잘 모른다는 것도, 엄마 역시 나를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의 이해를 참 많이 바라는 딸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렇게 돌이켜 보니 딸로서 그리고 동행자로서 부족한 점이 정말 많았음을 실감한다. 곱씹어 보고 기억하고자 열일 제쳐두고 책상 앞에 앉았다. 함께 해서 더 즐겁고 고맙고 미안했던 세상에 둘도 없는 발리 여행기의 완성을 간절히 바라며 아닌 밤중의 고백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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