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사막을 건너는 법

수백만 번의 작은 발걸음이 만드는 길

by 루니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단숨에 되지 않는다.
사막을 횡단하려면 작은 걸음들이 수백만 번 필요하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이 길의 한 부분이 되고, 경험의 일부가 된다.”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14봉을 완등한 전설적인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잃고도 예순의 나이에 고비사막으로 향했던 그는, 우리에게 인생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지혜를 들려줍니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생의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면, 메스너가 고비사막의 모래알 사이에서 발견한 '비어 있음의 평안'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삶이라는 짐을 내려놓는 시간

메스너가 사막으로 떠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곳'에서 지쳤기 때문입니다.

유럽의회 의원으로 5년간 세상의 중심에서 혹사당한 그는,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고독의 끝단인 사막을 선택했습니다.

배낭 하나와 물통만 챙긴 채 유목민의 도움으로 건넌 그 길은, 단순히 지리적 횡단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황무지를 마주하는 성찰의 행군이었습니다.


사막은 모든 소음이 거세된 공간입니다.

메스너는 그곳에서 물을 마시는 소리에 스스로 놀랄 만큼 깊은 정적을 마주했습니다.

시간마저 증발해버린 듯한 광활함 속에서 그는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 돌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그는 삶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늙어가는 것, 소멸을 미리 맛보는 창문

메스너에게 사막은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문'이었습니다.

그는 사막의 황량함에서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발견합니다.

"사막은 소멸을 미리 조금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라는 고향으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는 그의 고백은 서글프기보다 오히려 숭고하게 들립니다.

내면의 황폐화에 대한 두려움을 인정하고, 비어 있는 풍경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 모두가 가야 할 인생의 경로이기도 합니다.

그 길에서 마주한 유목민들은 그에게 '살아있는 철학자'였습니다.

우물에서 길은 첫 물 한 바가지를 하늘에 바치고, 저녁이면 천막 앞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메스너는 정적과 어둠 속에서도 활기를 띠는 인간의 경건함을 배웠습니다.


절대 고독의 끝에서 마주한 나

사막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절대적인 고독은 때로 인간을 무너뜨릴 만큼 막막합니다.

오르텅스 블루의 시 '사막'의 구절처럼, 너무나 외로워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이라도 보려고 뒷걸음질로 걸어야 했던 그 고독의 극점. 하지만 메스너는 그 고독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작은 걸음들의 가치'를 증명해냈습니다.


우리의 인생 역시 사막과 같습니다.

단숨에 건너갈 오아시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수백만 번의 작은 발걸음만이 길을 만듭니다.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사막 위에 서 있다면, 메스너의 말을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내딛는 그 무거운 한 걸음 한 걸음이 이미 당신의 길이며, 당신이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경험의 조각들입니다.

사막은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오늘 당신의 발자국은 어떤 무늬를 남기고 있습니까?

그 고독한 발걸음 끝에, 당신만의 반짝이는 오아시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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