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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Oct 20. 2023

다양한 놀이 경험이 관계에 미치는 이점

 자주 만나는 친구네 가족들이 있다. 우리까지 포함하면 총 세 가족인데, 비슷한 점이 많다. 어른들은 예전부터 친구사이인 데다, 다들 결혼해 나이 때도 엇비슷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성격(?)도 비슷하고 자라온 배경도 비슷한 데다 아이들까지 특별히 부딪히는 거 없이 잘 지내니 꾸준히 자주 만나게 된다. 서로의 집을 왕래하며 즐거운 저녁 자리를 가진 지도 꽤 됐는데 요즘에 꽂힌 이야기 주제는 ‘골프’다. 

 아, 정확히 얘기하면 와이프들 간에 꽂힌 이야기 주제가 ‘골프’다. 몸을 움직이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우리 와이프 입에서 "나 골프 하고 싶어"라는 얘기가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친구네 가족 여성 둘이 어느 날 저녁 자리에서 골프를 배우라고 강하게 한 펌프질이 우리 와이프에게 먹혔다. 다음번엔 아이들끼리 집에서 놀게 하고 어른들끼리 오전 라운딩하는 새로운 ‘놀이’의 세계로 다 함께 손 잡고 들어가 보자고.


 와이프가 마음을 먹고 나니 나머지는 순식간에 진행됐다. 내 주위 골프에 빠진 지인에게 물어물어 여성용 골프채와 기타 골프용품을 그다음 주에 바로 구매했다. 비록 나 역시 골프를 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내 돈으로 새 채를 사본 적 없이, 모두 친구들에게 이리 받고 저리 받아 풀세트를 장만한 나였는데. 하물며 골프백도 친구가 하나 남는다고 준 거였는데. 하나 와이프에게는 모든 걸 다 새 걸로 사줬다. 그랬는데 막상 새 채가 집에 도착하자 와이프는 걱정부터 했다. 막상 자리를 깔아줬더니 이제야 덜컥 겁이 났는가 보다. 이렇게 치는 거라고 몇 번 반 스윙(half swing) 시범을 보여줬다. 와이프가 7번 아이언을 잡고 ‘과연 저건 골프 스윙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스윙을 몇 번 했다. 뭔가 아 이거 큰일 났다는 불안이 나를 덮칠 때쯤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그거 나 좀 줘봐. 이거 이렇게 하는 거 아냐?”


 우리 딸의 반 스윙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둘 다 정말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봤다. 도대체 어디서 배웠길래 그렇게 완벽한 자세(왼쪽 팔을 딱 고정한 채 타격지점까지 끌고 오는)로 스윙을 하는지. 딸은 학교에서 스내그골프라는 것을 배웠다며 한 마디 덧붙였다. 


“엄마, 아빠, 나도 같이 그거 하고 싶어. 우리 같이 놀자.”


 ‘논다’라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 종류도 각자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하고. 개인적으로 인생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자고’, ‘(존재하기 위해) 먹고/마시고/싸고’, ‘각자의 역할을 하고’, 그리고 ‘놀고’. 이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니 논다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믿는 거다. 보통 서로가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논다. 하나 그 반대로 같이 놀다 보니 맞아가기도 하는 것 같다. 우리 가족만 하더라도 각자 흥미를 가지는 놀이가 참 많이 다르다. 하지만 같이 놀 수 있는 거리를 찾으면 그렇게도 잘 뭉친다. ‘동물의 숲’, ‘마리오 파티’, ‘원카드’, ‘훌라’, '물놀이' 그리고 이젠 ‘골프’까지. 


 공동의 놀이 거리가 늘면 늘수록 우리 가족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딸과 와이프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좋아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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