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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Sep 08. 2023

게임정책? 그게 뭐죠?

 우리 가족과 친구네 두 가족이 함께 경기도에 위치한 스키장의 주말 시즌권을 끊었다. 그 스키장의 시즌권은 다른 곳보다 비싸다. 하지만 직원 복지로 제공되는 리조트 숙박비는 생각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방을 예약해 여유롭게 즐기려고 한다. 

 오전, 오후 한창 스키를 타고 숙소에 들어오면 씻고,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한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와인도 한잔 하면서 얘기도 나누고 논다. 애들도 애들끼리 그림도 그리고, 종이접기 놀이도 하면서 자기들끼리 재밌게 논다. 우리 애나 친구들 애들도 주위에서 보는 평범한 애들 중 하나다. 나이대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 이들도 만나면 게임을 한다. 모바일 기기나, 태블릿을 들고 온라인으로 연결해, 같은 게임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얘기하면서 게임을 한다. 우리가 모든 자리를 정리하기 전까지 게임을 한다. 우리 친구들도 게임을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기에 자녀들에게 특별한 터치(?)를 하지 않는다. 그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니까. 그저 한 가지만 얘기할 뿐이다. 자리를 정리할 때가 되거나, 시간이 꽤나 흘렀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때 


“자, 이제 게임 충분히 했으니, 오늘은 이만 정리할까?”


 이제는 30년도 더 지났지만, 난 소싯적 오락실에서 거의 살았었다. 거기서 미친 듯이 했던 게임은 단 한 가지였다. ‘스트리트 파이터 2’. 한판이 50원이던 순간부터 100원으로 올랐던 순간까지 거의 2년간을 그 게임만 했던 것 같다. 다른 동네 오락실 원정을 다니며, 모르는 사람과 붙고,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겼다. 게임에 진 동네 형아 중 몇몇으로부터 험한 소리를 들었던 것은 덤이기도 했고. 그 당시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얘기는 단 한 가지였다. 


“제발 좀 적당히 해라. 그게 안되면 오락실 출입금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을 사이에 두고 부모와 자녀 간에 나누는 가장 큰 주제는 “적당히 하자”인 것 같다. 이 말을 조금 더 길게 쓰면, “일상생활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을 모두 잘하고, 서로 간에 약속한 시간 동안만, 그리고 이제 그만 정리하자고 하면 깔끔하게 접속 종료하자” 정도가 아닐까? 근데 ‘적당히’라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게임법’상 다루고 있는 규제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적당한 시간과 적당한 소비 그리고 적당한 콘텐츠. 부모-자녀 간에 이 '적당히'라는 정의와 그 범주를 서로 잘 이해하고 지켜나간다면, 게임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 부분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난 외국계 게임회사에서, 온라인게임/이스포츠 등과 관련한 규제나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경우, 게임과 관련한 규제 등을 다루는 법률 혹은 가이드라인이 명확한 편이다. 게임과 관련한 대부분의 규제 등을 다루는 ‘게임진흥법’과 그 하위 규정 중 하나인 ‘등급분류규정’, 그리고 ‘청소년보호법’ 중 일부와 ‘이스포츠진흥법’.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위 규정들은 앞서 말한 '적당한 시간/소비/콘텐츠'를 다룬다. 

 가령, 적당한 시간은 ‘게임법’의 선택적 셧다운제와 ‘청소년 보호법’ 상의 10시 이후 PC방 출입 금지를 통해, 적당한 소비는 GCRB(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통해 등급을 받은 PC온라인게임의 경우에 적용되고 있고, 적당한 콘텐츠는 ‘게임법’상 4가지 등급분류(전체, 12세, 15세, 청소년이용불가)를 통해 말이다. 

 

 멀리서 보면 현행 규제가 부모-자녀 간에 ‘적당히’를 잘 안내해 줄 것 같은데, 현실은 어떨까? 왜 오늘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이 ‘적당히’에 대해 티격태격하는 걸까? 만약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서 규제로 촘촘히 채워 넣으면, 부모-자녀 모두 win-win 해서 행복할까? 아니 그것보다 우선,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그리고 당신이라면 자녀랑 대화 없이 ‘빅브라더’에게 이 모든 걸 맡기고 싶은가?


 뭐, 답은 없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마냥,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게임을 사이에 두고 선을 넘는 가정에게 한 가지 해법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나 당신이 위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고, 만약 풀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아래 3가지를 한번 고려하면 좋겠다. 

 

 우선, 게임을 소재로 ‘적당한 시간/소비/콘텐츠에 대해 자녀와 대화를 나눠보고,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정의를 내려 보는 거다. 그리고 서로가 한 약속을 좀 더 시스템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자녀가 사용 중인 디바이스(i.e 모바일기기, PC, 콘솔)에서 제공 중인 'Parental Control' 기능을 활용해 보시라. 만약 기능이 없거나, 있는데도 한국에서만 작동이 안 된다면 해당 회사에 문의해 보는 건 어떨까?

 요약하면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우선 입(자녀와의 대화)으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약속을 하고, 그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몸(parental control 기능)을 움직여 보는 거다.


 마지막으로, “Reality is broken’의 저자 Jane McGonigal은 게이머를 위한 아래 5가지 조언을 한 바 있다. 

1.     Don’t play more than twenty-one hours a week.

2.     Playing with real-life friends and family is better than playing alone all the time, or with strangers.

3.     Playing face-to-face with friends and family beats playing with them online. 

4.     Cooperative gameplay, overall, has more benefits than competitive gameplay.

5.     Creative games have special positive impacts.


 그 첫 번째가, 하루 평균 3시간 혹은 일주일 기준으로 21시간 이상은 게임을 하지 마라이다. 신기하게도 이를 뒷받침해 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단다. 하루 최대 3시간 까지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게임플레이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데, 그 이상하면 반대라고 강조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엔 반대효과가 더욱더 극적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근데 하루 3시간이면 충분히 긴 시간이다. 애들 바쁘게 산지는 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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