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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Sep 22. 2023

매력적인 미래 인재가 되기 위하여

이스포츠 선수와 인생 2회 차

 내가 일하는 회사는 온라인게임이라는 제품을 다룬다. 이 제품이 이스포츠 종목 중 하나라 자연스레 관련 이슈에도 관여한다. 그러다 보니 자녀를 둔 주변인들이 게임이나 이스포츠에 대해 물어올 때가 있다. 보통 이런 식이다. "애가 게임에 엄청 관심이 있는데 프로게이머 테스트(?)를 받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혹은 "프로게이머로 먹고 살만큼 이스포츠 미래는 밝으냐?" 등등의 관련 커리어나 비즈니스에 관한 얘기다. 업무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 그저 규제/정책의 관점에서 내 역할을 하다 보니 이스포츠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래서 이스포츠 오퍼레이션 담당팀과 미팅을 할 때면 현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어떤 자료가 있는지 듣거나 찾아서 보려고 한다. 그래서 알게 된 내용도 몇 있는데 그중 눈길을 끈 부분 중 하나가 이스포츠 선수 연령대였다.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선수 연령대도 많이 젊은 편이지만, 팬층 역시 다른 종목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젊다. 2022년 이스포츠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스포츠 선수 연령 중 19세 이하가 약 33%를 차지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커리어 정점이라 생각하는 순간도 엄청 젊어서 은퇴 역시 빨리 한다. 이걸 보면 선수 생명이 짧기에 커리어가 불안정할 수 있겠다거나, 유관 산업이 아직 탄탄하지 않기에 은퇴 후 커리어를 이어가는 등에 어려움이 있겠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나 난 좀 다른 관점에서 이걸 봤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그것도 아주 젊은 시절에 무려 프로경력을 한 경험이 오히려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다. 어쩌면 일찍 시작하고 빨리 끝나기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이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말이다. 은퇴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고 싶은 구체적인 뭔가가 있다면 보통(?)의 인생을 밟아온 친구들과 비교하더라도 나이 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를 가는 게 결코 '무조건'은 아니지만, 만약 학교라는 곳에서 좀 더 배우기로 결정한다면 오히려 동기가 뚜렷해 졸업 후 그들을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다 하는.

 

 약 6년 전 현재 직장으로 옮긴 후 우리 가족이 함께 하는 저녁 시간이 참 많이 늘었다. 주말이 가까워지는 평일 저녁 와인도 심심찮게 따면서 와이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노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와이프가 하는 대부분의 얘기는 '이번 주말엔 뭐 하고 놀지'다. 그런 와이프가 '노는 거' 말고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아이 중학교는 어떡하지?" 그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보통 '어떻게 키워야 하지'라는 얘기로 이어진다. 뭐, 내가 하는 얘기는 결국 똑같다. 독립적인 인간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키워야지... (뷁!! 뭐라는 소리냐 도대체)


 남들은 안 하는 새로운 뭔가를 경험해야 하나? 공부가 아닌 예체능을 경험시켜야 하나? 뭐 고민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애가 다른 애들과 구별돼 커갈 수 있을까였다. 똑같은 걸 잘하기보다는 다른 걸 스스로가 찾고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대충 2038년 전후로 세상에 뛰어들 텐데, 그때쯤 이 친구가 스스로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가진 가정 중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가정뿐 아니라 사회/커뮤니티 더 크게는 국가도 마찬가지고. 올해(2023년 가을학기) 처음 시작한 태재대가 그렇고, 2012년도부터 시작했던 미네르바 대학(Minerva University)이 그러할 거다. 이들만큼 극단적이진(?) 않지만 세인트존스 대학교(St. John's College)도, 가깝게는 고등학교 과정의 민족사관학교 역시 많은 고민 끝에 각자의 방안을 낸 곳 중 하나일 거다.

 태재대 설립자의 메시지(Founder's Message)에 이렇게 나와 있다. 우리는 지금 대전환(greatest transition of the history of the civilization) 시기에 살고 있다. 디지털화와 AI, 기후변화와 세계질서 변화 그리고 미중 갈등 등이 혼재된 대전환 시기에.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여러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고 사회 변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나갈 거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의 방식을 제안하고, 이 역시 끊임없이 새로워질 것을 지향한다.


 새로운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최소한 다른 걸 시키거나 다른 가게에 가야 한다.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똑같은 자동판매기에 똑같은 동전을 넣어서는 안 되니까.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설계한 자동판매기에 다른 종류의 동전을 넣도록 해 전혀 다른 결과를 내려고 한다. 뭐랄까, 이런 실행을 하는 분들은 적어도 다른 맛의 커피를 맛볼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조직도 학생도 모두 동기가 뚜렷하다 보니 졸업 후에는 그들을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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