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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Oct 13. 2023

'대신' 놀아 드립니다.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다.

 온라인 게임에는 다른 엔터테인먼트에서 다루지 않은 특별한 규제가 몇 있는데 그중 ‘*대리게임 금지’가 그 하나다. 이게 도대체 뭐지? 대리라니? 이스포츠 선수들의 플레이를 시청하는 거랑 다른 건가? 운전 앞에 붙으면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은데 시험 앞에 붙으면 왠지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즐거움을 주는 영역에서 대신해 준다라니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소린가? 아무튼 쉽게 말하면 비용을 받고 다른 이의 게임을 대신해서 플레이해 랭킹등을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말이다. 쉽게 말했는데도 아직 좀 모호하다. 그리고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돈 주고 산 게임을 다른 사람이 로그인하게 해 대신하도록 하는지. 별다른 경제적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불법이니 벌칙도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몇몇 조건이 있다. ‘대리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된다. 그리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법이 지난 2019년 6월부터 시행됐다.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일하며 게임에 대해 놀이에 대해 내가 모르는 다른 것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이 몇 있는데 ‘대리게임’도 그중 하나다. 뭐랄까, 이런 것도 놀이의 다양성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혹은 이렇게까지 랭킹에 목매는 이유가 뭘까 등에 관한 거였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그 랭킹이란 것도 해당 시즌(보통 2달 정도)이 종료되면 다시 리셋돼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해서 올려야 한다. 


‘논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노는 건 꼭 상대방이 있어야 가능할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언뜻 드는 생각에도 ‘혼자 놀기’, ‘멍 때리기’, ‘혼자 영화 감상하기’ 등이 있고, 심지어 온라인게임에서 조차 ‘캠페인 모드(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1인칭으로 플레이)’가 있다. 즉, 혼자 할 수도 혹은 여럿이 할 수도 있다. 

 내가 반드시 그 놀이에 동참해서 직접 해야 할까? 이것 역시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문화예술관람활동에 속하는 많은 활동(i.e. 전시회, 박물관, 음악연주회, 전통예술공연, 연극공연, 무용공연, 영화관람 등)이 ‘관람’이라는 역할을 요구하기에 내가 직접 연주나 공연을 한다는 것이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가 만들거나 만들어 놓은 콘텐트에 대해 내 오감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관람 혹은 시청/청취 그리고 이에 대해 생각을 하는 행위 이 모든 게 다 포함되기도 한다. 

 그 행위를 하는 게 고통스럽기보다는 재밌다. 근데 생각하다 보니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에서도 ‘즐기는 자’들이 종종 있다. 그럼 “공부가 제일 재밌었어요” 뭐, 이런 것도 ‘논다’에 포함시켜야 하나?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다”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루덴스에서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 그 규칙을 위반하면 놀이의 세계는 붕괴하고 게임은 끝나 버린다고 했다. 게임 전문가(?)에게 돈을 줘가며 자신의 계정으로 플레이하도록 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자기 랭킹(스탯)을 올리고 주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일까? 주위에 친구들이 언젠가 PC방에 들러 같이 게임하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도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이라 시원하게 욕 한번 먹거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둘러대기라고 한다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데 이런 행동이 습관이 돼 내 진짜 인생에서도 ‘대리’를 시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여전히 욕 한번 먹거나 그날따라 제가 좀 ‘멜랑꼴리’해서 그런가 봐요라고 하면 넘어갈 수 있을까? 



*대리게임 금지: ‘게임법’ 제32조 제1항 11호에 따라 비용을 받고 다른 이의 게임을 대신해서 랭킹등을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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