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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연 Mar 18. 2019

그녀의 작별 인사

   

십 대부터 이십 대 중반까지 키운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한 집에서 잠들며 밥을 주고 똥을 치운 내 첫 반려견이었어요. 높은 지능을 뽐내며 나를 팔불출로 만들던 그 아이는 처음 가 본 집에서도 단번에 화장실을 찾아내고 배변을 하고 나온 후에는 꼭 발매트에 네 발을 닦았습니다. 사료를 쌓아두면 스스로 양을 조절해가며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물을 바꿀 때가 되면 신호를 보냈고요.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을 부여잡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아휴, 내 새끼는 정말 천재야.」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은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녀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사랑했으나 방법을 잘 몰랐어요. 그때는 개통령도 세나개도 고부해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사실은 산책이니 교육이니 하는 것들에 무지했으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이토록이나 사랑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요. 


어느 날 아이가 다리를 절었습니다. 12살이면 상당한 고령이라지만 그 아이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하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날들을 보냈기에 나는 이별 따위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금 덜 아프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병원에 가면 뭔가 대책을 주겠지. 그 말을 잘 들으면 우리 아이도 금세 괜찮아지겠지. 순수한 마음으로 몇몇 병원을 알아보았습니다. 예방접종도 띄엄띄엄해주던 아이였기에 단골 병원도 없었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호했어요. 


며칠 후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동물병원을 보았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많은 개들이 오래 머물던 공간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 깨끗하게 청소를 하거나 환기를 자주 시키면 나지 않을 냄새가 쏟아졌습니다. 십여 년 전의 나는 그것이 동물병원에서 으레 나는 냄새라고 생각했어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요. 나는 온전히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곳을 택했고, 며칠 후 수술을 받은 나의 첫 반려견은 이틀 후 주인도 없는 낯선 곳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아이가 병원에서 눈을 감던 새벽. 창문을 꼭꼭 닫아두었는데도 낯선 냄새가 떠돌았습니다. 병원에서 나던 비릿한 냄새. 온 집에서 개 냄새가 진동했어요.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수술 후 설사를 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강아지를 수액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병원에 입원시킨 상태였거든요. 새벽 세시 혹은 네시.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러지 않는 편을 택했어요. 의사는 말했습니다. 

「병원 문을 닫으면 깜깜하니, 밤에는 집으로 데리고 가서 돌봐줄게요.」 

그 말이 맞다면 그 시간 병원에 나의 반려견은 없을 터였어요.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새벽에 아이가 떠났다고. 

집 안이 온통 비릿한 병원 냄새로 진동하던 바로 그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친구와 들어간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익숙한 냄새를 마주했습니다. 많은 개들이 오래 머 곳에서 나는 냄새. 애견 카페가 아니었는데도 웰시코들이 신나게 뛰어놀던 카페였어요. 망원동에는 그런 곳이 많습니다. 커피와 잠보다도 개를 더 좋아하는 나는 그런 곳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속이 꽤나 울렁였던 이유는, 지난 추억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예고 없는 이별과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도리어 화를 내던 동물 병원 의사와 보이지 않는 존재의 기척이 분명했던 그 밤. 더 똑똑하지 못했던 내 모습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들이 아지랑이처럼 떠오르며 시야를 뿌옇게 흐렸습니다.


그런 말이 있지요. 동물은 사람과는 달라서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영혼 같은 건 없으며 온전히 무無로 돌아갈 뿐이라고.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나의 첫 반려견이 너무도 또렷한 작별 인사를 건네고 내 곁을 떠났기에,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날의 아픈 냄새를 선명하게 기억하기에, 나는 모든 반려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반려인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동물들이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를 단단한 마음으로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젠가는 꼭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여전히 굳게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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