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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연 Jul 10. 2020

듀이의 장례

1988년, 영하 26도를 웃돌던 어느 겨울, 미국 아이오와주의 스펜서 도서관 반납함에는 생사를 오가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도서관 사서에 손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동사했을 생후 8주의 아주 작은 고양이였어요. 당시 아이오와주는 경제 침체로 희망이 사라져가던 마을이었습니다. 무거운 사회 분위기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 역시 캄캄해져 가고만 있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스펜서 마을에 나타나는 고요한 불빛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도서관에 입성한 고양이, 그 작은 생명이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듀이. 서가의 책을 배경으로 황금빛 털과 하얀 주둥이를 뽐내는 사진으로 유명한 바로 그 아이입니다. 


듀이가 어떻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하나로 묶어주었는지는 책으로도 기사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듀이가 2006년 1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이 고양이의 사망 소식이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250개 이상의 언론 매체에 실렸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듀이의 가족이었던 도서관 사서 비키 바이런은 듀이가 죽은 후 전 세계로부터 천 여 통의 위로 편지를 받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듀이의 사망을 추모하고 슬퍼한 것이지요. 


책 반납함 안에서 고요히 죽었어도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을 작은 고양이가 거대한 추모의 물결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어떤 이들은 놀라워합니다. 사람도 고독사로 죽어가는 마당에 유난도 수준급이라는 이야기가 그때라고 없었을까요. 물론 전부 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숨을 담고 태어나 쓸쓸히 죽어가는 생명은 사람과 동물 구별 없이 가슴 아픈 일이지요. 하지만 동물이라고 해서 깊은 추모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듀이가 스펜서 마을 사람들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그들이 아니면 모르는 것처럼, 당신의 반려동물이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는지는 당신밖에 모릅니다. 


'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에서 비키 바이런은 고백합니다. 

「듀이가 아프고 춥고 울고 있을 때, 내가 곁에 있었다. 나는 듀이를 안아주었고, 모든 것이 다 잘 되도록 보살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일부일 뿐이다. 진정한 진실은 우리가 함께한 긴 세월 중 힘든 날이나, 좋은 날이나, 그리고 사실 우리 인생의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억나지 않는 더 많은 나날 동안 듀이가 나를 안아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문장에는 반려인들이 마땅히 겪을 수 밖에 없는 상실의 근거가 가득합니다. 누군가가 말하는 문제점은 '그게 고양이라는 것'일 테지만, 우리는 알지요. 나의 아이가 개와 고양이였기에 혹은 토끼이거나 또 다른 반려동물이었기에, 묵묵히 그들만의 언어로 우리를 감싸주었기에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고유한 위로를요. 



나는 두 번째 아이를 떠나보냈을 때, 몇 번이고 같은 음악을 들었습니다.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였어요. 노랫말에서 주인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것을 알지만, 그보다 더 많이 행복할 것 역시 안다고요. 이 음악은 오랜 시간 나의 추모곡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다가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티슈를 주머니에 접어 넣고 다니기도 했어요.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가끔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것을 보면 나 역시 여전히 보낸 아이들을 추모 중인지 모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서 떠나보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아이가 좋아했던 간식들로 49제를 지내주는 사람도 있고 집 한 켠에 추모의 공간을 만들어 위로를 얻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숨이 꺼진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하여 떠난 아이의 유골이나 털과 같은 물건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사실 정답은 없지요. 거대한 추모를 오래 이어나가도 괜찮습니다. 기간을 정해두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삶을 버려두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충분한 애정을 담아 아이를 떠내 보내길 바랍니다. 


아이가 마지막 인사를 남기듯 당신 역시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줄 수 있다면, 그때는 두 인연의 추억이 사진으로 담겨 삶 한 켠, 반듯한 앨범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꼭 소리 내어 말해주세요.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고. 많이 사랑했다고. 언젠가 꼭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손을 흔들어 주세요. 당신의 추모에 미소가 스며들 즈음이면 떠난 아이도 당신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만의 평안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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