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심리학』박선웅
살다 보면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하는 건 뭔지, 잘 못하는 건 또 뭔지. 무엇을 할 때 기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살아가는 동안 그런 질문들이 나를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을 정리해보려 애쓰고,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스스로를 설명해보려 한다.『정체성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런 질문들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정체성'을 특별한 방식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성격이나 외모 같은 게 아니라,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인가?” 라는 질문으로 나를 정의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서사정체성(narrative identity)’이라고 부른다. 즉, 내가 살아온 경험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내가 누구인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겪었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느냐’다. 그 의미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 이야기 속 결정적인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그 장면은 지금의 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책은 정체성을 찾기 위해 써볼 수 있는 글쓰기 과제를 소개한다. 현재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그리고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경험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일이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경험은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고 일련의 사건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험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여 하나의 글로 완성해주시기 바랍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고, 누구와 관련이 있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습니까? 왜 이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 경험이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도 서술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떠오르는 기억을 적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왜 중요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실마리를 주었는지를 짚어보는 것이다. 나도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의 정체성이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을 느꼈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봤는지가 아니라, 지금 이 길의 중요성을 얼마나 내면화했는가”라고. 이 길이 내 길인지 확신할 수 없는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 또한 충분한 이야기다.
그럼, 나는 지금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