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1. 블라인드 큐버를 위한 Letter Pair Board
정육면체의 장난감 '큐브'를 아시지요? 저는 요즘 '333 블라인드 큐브'라는 낯선 취미에 빠져 있습니다. 눈을 가리고 큐브를 맞추는 종목인데요. 큐브 조각마다 알파벳을 붙여서 단어와 이야기를 만들어 외우는 Letter Pair(레터페어) 라는 암기법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단어 조합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겁니다. 엑셀 파일에 단어를 하나하나 채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나만 힘든가? 다른 사람들이랑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대박일 텐데!"
나의 결핍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집단지성을 통해 서로의 단어 연상법을 공유하고 추천해주는 서비스. 하지만 문제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기획자 출신이지만 개발은 해본 적 없는, 코딩의 세계에서는 철저한 이방인이었으니까요.
최근 유행한다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 용기를 얻어 챗GPT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 블라인드 큐브 연습하는데, 사람들이 단어 아이디어 공유하고 추천도 누를 수 있는 사이트 만들고 싶어. 좀 도와줘.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단 몇 초 만에 꽤 그럴싸한 웹사이트 코드를 만들어냈습니다. 깔끔한 UI까지 갖춘 화면을 보며 정말 놀랐어요. "와, 이게 되네?"
하지만 AI와의 협업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습니다. 버튼 위치 하나 바꾸려고 하면 AI가 전체 코드를 처음부터 다시 짜느라 끙끙대더군요.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배포'였습니다. 내 컴퓨터에서만 돌아가는 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남들이 접속할 수 있게 인터넷 세상에 집을 지어야 하는데, 챗GPT의 설명은 외계어 같았습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검색 끝에 찾아낸 곳은 Google AI Studio 였습니다. 'Build apps with Gemini'라는 문구가 저를 유혹했죠. 여기서도 진짜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DB)가 뭔지, 호스팅이 뭔지 정확한 원리는 모릅니다. 솔직히 지금도 몰라요. 하지만 제미나이(Gemini)에게 끈질기게 물어봤습니다. "이거 오류 났는데 어떡해?", "파이어베이스 연결은 또 뭐야? 초보자도 알기 쉽게 설명해 줘!"
새벽까지 이어진 AI와의 사투. AI도 완벽하지 않아서 서로 타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 기능은 자꾸 에러 나니까 그냥 빼자. 더는 못하겠어ㅠㅠ"
그렇게 퇴근 후 밤을 불태운 지 딱 5일째 되던 토요일 오전. 드디어 제 첫 번째 웹 서비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큐브 매니아 카페에 링크를 올리는데 무척 긴장되더군요. 사람들이 들어와서 단어를 등록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걸 보는데, 그 짜릿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코딩의 깊은 원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실행하며 배운다(Learning by Doing)"는 것 하나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공부하고 시작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AI에게 물어보며 하나씩 해결하면 됩니다.
혹시 "나는 기술을 몰라서"라며 묵혀둔 아이디어가 있나요? 지금 바로 AI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거창한 지식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이 작은 한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나 이런 거 만들고 싶은데, 좀 도와줘!
실행하는 순간 배움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분명, 생각지도 못한 성취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