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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아빠 I 오재현 Aug 12. 2017

퀀텀 리프(quantum leap)

사회적 경제 조직을 운영하며 경험하고, 느낀 소소한 이야기

  사회적 경제 조직을 다양하게 접해 오면서 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들을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봄이 아빠'입니다. 오늘은 기업을 기업답게 운영하기 위한 넓은 혜안과 리더의 기다림에 대한 작은 소견을 전해 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무지한 '자기반성'의 글이며, 혹여나 글을 읽다 숙연해진다거나 작은 울림과 공감이 느껴지신다면 가차 없이 팔로우나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봄이 아빠의 '맛있는 자활기업 레시피' 네 번째 이야기의 문을 두드려 봅니다.




하루하루 Report #6. 대나무의 성장, 퀀텀 리프(Quantum leap)

  - ‘퀀텀 리프(quantum leap)’란 양자 도약, 즉 원자 등의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에서 그 속도로 변하는 것을 의미함.






"기업의 뿌리, 그리고 성장의 우선순위!"

   

  대나무의 성장 이야기를 잠시 들려드리겠습니다. 허허벌판에 대나무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정성과 관심을 쏟으며 첫 번 째 해를 기다립니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보이지 않는 싹을 바라며, 또다시 두 번째 해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두 해를 보내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다.. 셋째 해가 되자 고개를 내민 죽순 '30cm' 그러나 네 번째 해가 되어도 '30cm' 이렇게 자라서 언제나 저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4년의 노력과 인내가 '고작 30cm뿐이라니!, 고작.. 30cm..'

   

  여러분들도 혹시 '고작 30cm'라고 생각하시고 계시나요? 이미 우리 기업은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 혹은 지금 변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진 않나요?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심은지 5년째가 된 대나무는 눈에 띄는 성장 정도가 아니라 폭발적인 성장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시작하게 됩니다. 대나무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어 하루에 1m 가까이 자라며, 대나무의 1시간 길이 생장속도는 소나무 30년 길이 생장에 해당합니다. “폭발적인 성장, 퀀텀 리프!” 이것은 5년간의 뿌리 내림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땅속, 서로 얽히고설키며 지반을 움켜쥐듯 자란 대나무의 강인한 뿌리! 이 뿌리가 있어 마디마디가 성장하고 강한 비바람도 이기는 유연한 줄기를 뻗어 올려 어느새, 저 하늘 끝에 닿을 만큼 자란 대나무가 울창한 숲을 만들어 냅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자활기업을 다듬고, 다듬고, 다듬어 내는 시행착오를 몇 번이나, 도대체 몇 년이나 계획하고 실천해 보셨나요? 눈에 보이는 '고작 30cm!.. 고작.. 30cm' 때문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포기하진 않으셨나요? 3년의 시간과 애정을 쏟아부은 결과물이 고작 눈에 보이는 30cm라면.. 충분히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30cm라 실망하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기업의 성장 또한 방향이고, 그 방향을 위한 우선순위 설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뿌리내리고, 뿌리내리며 기업의 체계를 갖춰가고, 현장/사무실 구분 없이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중간관리자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역할을 강조하며 5년, 10년의 장기적인 방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자활기업은 독립된 법인(또는 개인) 기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자활센터와 자활기업 간의 현장과 사무실을 분리하는 단계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이는 자활센터의 관리의무와 역할이 끝나는 5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며, 거의 모든 자활기업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변화를 통한 성장이냐? 간섭에 의한 끌려감이냐? 가 서서히 결정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대체적으로 자활기업이 일반사업자(수급자 포함) - 법인기업(영리 또는 비영리) - 사회적 경제조직(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으로 성장하며 각 단계로 넘어가며 이중, 삼중적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잠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영세한 일반사업자에서 법인형태로 넘어가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는 기업의 주체인 주인이 없거나 가령 대표자나 사장님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팀장 정도의 역량으로 바지사장인 경우가 대다수라고 사료됩니다.

   

  더군다나 자활기업의 식구들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생의 절반 이상(40~50년 이상)을 살아온 어르신들의 습관과 가치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해야 합니다. 변하지 못하겠다면, 아니 변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기업의 입장에서 썩은 이빨을 뽑아내야 합니다. 자신의 역할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대표자가 대표자로써의 역할, 근로자가 근로자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다할 때.. 비로소 자활기업의 업무적인 파티션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듯이 무조건적인 배려와 기다림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퇴보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게 됩니다. 그 결과는 기업 전문성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대나무의 성장력을 통해 기업의 뿌리내림의 중요성과 동시에 기업의 성장에 있어 우선순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자활기업이 생겨나고, 정리되고를 반복하며, 우리는 15년이란 세월을 보내었습니다. 그간 우리는 자활센터의 개혁과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운영/유지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자활기업도 누가 보아도 정말 괜찮은 직장! 모든 현장 근무자가 결코! 그만두고 싶지 않은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근무자의 이직률이 높은 자활기업의 특성상 초반의 급여조건이나 복리후생이 좋을 리야 만무하기에.. 자활기업들은 더욱이, 5년간의 뿌리내림을 통하여 50년의 장기적인 미션과 비전을 제시해야 직원들의 동기가 유발되며 온전히 기업의 방향과, 개개인의 방향이 일치하게 됩니다.

   

  모진 비바람과 역경에도 유연함을 잃지 않고 순응하는 대나무와 같이.. 우리는 지금부터의 50년을 위해 5년의 뿌리내림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 나가는 자활기업들처럼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포장한들.. 그 기업이 얼마나 지속되겠습니까?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기업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유지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또 기다려야 합니다. 변화와 흐름을 유지한 채 유연함을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대나무의 성장, 퀀텀 리프(quantum 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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