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적
하늘에서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적,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얼음
비행을 하다 보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위험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착빙(icing)이다. 하늘을 날며 만나는 얼음, 이 얼음은 조종사에게 굉장한 골칫거리가 된다. 그냥 단순히 ‘추운 날 얼음이 생긴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 얼음이 항공기의 속도를 늦추고, 날개를 무겁게 만들고, 심지어 조종이 어려워질 정도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게 꼭 비행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우리는 사람을 만나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데, 사실 사람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얼음이 생길 때가 있다.
언제 얼음이 생기는 걸까?
비행 중에 착빙이 생기는 건 특정한 조건이 갖춰졌을 때다. 공기 중에 물방울이 떠 있고, 항공기의 표면 온도가 0°C 이하일 때 얼음이 만들어진다. 얼핏 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얼음이 쌓이면 비행이 점점 어려워진다.
이걸 인간관계에 대입해 보면, 사람 사이의 착빙도 비슷한 원리로 생긴다. 어떤 말이나 행동이 쌓이고, 상대방의 마음이 차가워질 때, 우리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얼음이 서서히 형성된다. 처음에는 미묘한 어색함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깊어지면 그 얼음은 단단해지고, 결국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
가끔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상하게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비행 중에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조종이 어려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의 말이 날카롭게 들리거나, 예전처럼 편하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때,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얼음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얼음이 만들어지는 순간들
얼음이 생기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얼음은 빠르게 쌓이고, 어떤 얼음은 서서히 퍼진다. 사람 사이의 착빙도 그렇다.
림 아이스(Rime Ice) – 사소한 오해가 쌓일 때
이 얼음은 작은 물방울이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생긴다. 급격하게 차가운 감정이 생길 때다. 예를 들어, 누군가 농담 삼아 던진 한마디가 예상보다 차갑게 들리거나, 사소한 오해가 풀리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때.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저렇게 말했지?’ 하는 순간, 얼음이 슬쩍 쌓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가볍지만, 계속 쌓이면 상대방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클리어 아이스(Clear Ice) – 천천히, 깊게 쌓이는 거리감
이 얼음은 천천히 형성되지만 단단하고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사람 사이에서도 이렇게 서서히 생기는 거리감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줄어들고, 대화가 겉돌고, 서로에게 관심이 줄어든다. 하지만 딱히 싸운 것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쉽게 풀기가 어렵다. 그냥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혼합형 아이스(Mixed Ice) – 작은 오해와 거리감이 함께 올 때
사소한 오해가 있었는데 풀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그게 마음속에서 단단해진다. 그러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예전과 다르게 들리고, 내가 하는 말도 뭔가 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작은 문제와 거리감이 섞이면, 관계를 회복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 이 얼음을 어떻게 녹여야 할까?
비행 중에 착빙이 생기면, 조종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얼음을 녹이거나 피해야 한다. 기체에 장착된 방빙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얼음이 생기지 않는 더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얼음이 생겼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 얼음은 점점 더 단단해질 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 방지하기 – 비행할 때 기체가 얼지 않도록 방빙 장치를 사용하는 것처럼, 인간관계에서도 미리 신경 써야 한다. 가끔은 사소한 오해라도 바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괜찮은 척 넘기다 보면, 나중에는 풀 기회조차 없어질 수도 있다.
따뜻한 대화 나누기 – 기온이 높은 곳으로 가면 얼음이 녹듯이, 따뜻한 대화를 하면 마음속에 생긴 얼음도 녹을 수 있다. 오해가 있거나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먼저 말을 걸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얼음을 녹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서로 이해하기 – 비행 중 얼음이 너무 많이 쌓이면, 조종사는 얼음이 쌓이지 않는 곳을 찾아 이동한다. 사람 관계에서도 그렇다. 가끔은 서로를 너무 억지로 맞추려고 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얼음은 우리가 녹일 수 있다
비행 중 착빙은 조종사에게 큰 위협이지만, 그 위험을 알고 준비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얼음이 쌓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깨닫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관계는 다시 따뜻해질 수 있다.
어쩌면 지금 당신의 주변에도 얼음이 생기고 있는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예전보다 연락이 뜸해진 친구, 사소한 오해로 멀어진 사람, 혹은 말없이 서서히 멀어지고 있는 누군가. 그 얼음을 녹이려면,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비행을 할 때도,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결국 중요한 건 얼음이 생겼을 때 어떻게 녹일 것인가이다. 보이지 않는 얼음은 계속 쌓이면 위험해진다. 하지만 다행히도, 얼음은 녹일 수 있다. 그것만 기억한다면, 우리는 더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Flight delay blues - Isol
장르 - Blues
[Intro]
눈이 내려 활주로는 닫혔어
엔진도 꺼진 채 난 갈 수 없어
시간은 가는데 이륙조차 못 해
이 문을 넘어갈 수 없어
[Verse 1]
하얀 눈이 날개를 덮어
떠나야 하는데 떠날 수 없어
널 향해 가는 길이 막혀
창밖만 바라봐
[Chorus]
Oh, flight delay blues, got me feelin’ low
你在等着我 但我无能为力
날아갈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눈보라 속에서 갇혔어
[Verse 2]
승객들의 한숨만 허공에 맴돌아
네 사진만 보다가 한숨만 쉬어
살며시 네 이름을 불러
[Chorus]
Oh, flight delay blues, got me feelin’ low
君に会いたい でも届かない
날 기다려 줄래
이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Bridge]
겨울은 끝날 생각을 안 해
얼어붙은 땅 위에 서 있어
거리만큼 무거워진 마음
널 향해 날고 싶어, 보고 싶어
[Outro]
눈이 내려 활주로는 닫혔어
いつかきっと飛び立てる
그때까지 기다려 줘
너에게 갈게, 금방
"Flight Delay Blues"는 눈보라로 인해 활주로가 폐쇄되어 이륙하지 못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연인을 만나러 가야 하지만 발이 묶여버린 주인공의 애타는 마음을 담은 블루스 곡이다. 무거운 기타 리프와 슬로우 그루브를 따라 흐르는 가사는 쓸쓸함과 그리움을 강조하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가사를 한 줄씩 섞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반복되는 "Flight delay blues"라는 후렴구는 지연된 비행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을 상징하며, 눈보라가 그치고 다시 날아오를 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심경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