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ke Sep 15. 2024

시간의 틈

다시 만난 서린


등장인물

하진(아버지)
45살. 딸 서린을 살리기 위해 미래에서 위험한 노동을 하며 5년간 고군분투해 온 아버지. 서린이 태어난 후 의문의 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래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서린(딸)
5살. 태어나자마자 의문의 병에 걸려 병원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왔다. 자신이 태어나고 아버지와 함께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용 요약
서린이 태어나자마자 의문의 병에 걸리자, 하진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래로 떠났다. 그가 떠난 후 병원에서의 치료로 서린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딸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5년 후에나 찾아왔다.

하진은 미래에서 로봇과 AI가 지배하는 노동 환경 속에서 위험하고 고된 일을 하며, 딸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5살이 된 딸을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현재로 돌아왔지만, 서린은 아버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진은 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단 하루만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


다시 만난 서린
회색빛 하늘 아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공원을 감싸고 있었다. 하진은 주머니 속 손을 꽉 쥐고 천천히 공원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5년 만에 딸 서린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딸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을 버텨왔던 그에게는 이 순간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5년 전, 딸 서린이 태어났을 때, 하진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서린은 곧 의문의 병에 걸렸고, 병원에서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치료비를 요구했다. 하진은 딸을 살리기 위해 미래로 떠나야만 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는 가장 힘든 노동에 뛰어들었고, 서린과의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5년을 버텨왔다.

하진이 도착한 곳은 공원의 작은 놀이터였다. 그곳에서 그는 5살이 된 딸을 처음 보게 될 터였다. 그는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지 상상하면서도, 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그 하루만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걸어왔다.

놀이터 한가운데, 그네에 혼자 앉아 있는 작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진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보이는 딸 서린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마음속에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서린이구나...'

그러나 그는 서린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서린이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서린이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 말에 하진의 가슴이 순간 무너져 내렸지만,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안녕, 서린."

서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저씨, 우리 전에 만난 적 있어요?"

하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그녀의 아버지임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것이 서린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응, 오래 전에."

서린은 그 말을 듣고 기쁘게 웃었다.

"오늘 나랑 같이 놀 거예요?"

하진은 작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서린이 그네에서 내려와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진은 서린의 작은 손이 자신의 손을 감싸는 그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꼈다.

그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고통이 사라진 듯한 기분이었다.하진이 그네를 밀어주자, 서린은 신나게 웃으며 바람을 맞았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고, 하진은 이 짧은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이 시간이 끝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5년 동안 하진은 극도로 위험한 일을 하며 딸과 다시 만날 날만을 기다렸다. 그는 AI와 로봇들이 지배하는 미래에서 인간이 기피하는 가장 힘든 육체노동을 했다. 우주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대기 오염을 정화하기 위한 위험한 일에 투입되었다.

수십 시간 동안 보호 장비를 입고 독성 물질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해야 했으며, 신체적 피로와 부작용을 감내하면서도 병원비를 벌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하진은 그 모든 시간을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서린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해도, 그녀와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그러나 서린이 갑자기 그네에서 뛰어내려 그의 손을 꼭 잡고 물었다.

"아저씨, 우리 내일도 같이 놀 수 있어요?"

하진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그는 부드럽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내일은 안 돼. 하지만 약속할게. 1년 후에 다시 만나자."

서린은 실망한 듯했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1년이 얼마나 길어요?"

하진은 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서린의 손을 놓고 천천히 돌아섰다. 서린의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고, 하진의 발걸음은 무겁게 느껴졌다.

1년이라는 시간이 하진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질 터였지만, 그는 딸을 다시 만나기 위해 다시 한 번 위험한 미래로 돌아갈 것이다.

서린과의 재회를 위해 그는 어떤 일이라도 할 각오를 다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Feel the fear and do it aw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