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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Sep 20. 2024

시간을 달리는 자전거

3화 : 돌아온 현재


자전거를 타고 하천 옆을 달리던 어느 순간, 눈앞의 풍경이 다시 흐릿해졌다. 몇 번 눈을 깜박이자, 나는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내와 함께 달리던 길에서 혼자가 된 지금, 모든 게 순간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경치였다. 해는 이제 완전히 저물고 있었다.


‘그건 꿈이었나? 아니면… 진짜였을까?’


아내와 미래를 함께 달리던 그 순간이 마치 실제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 웃음, 그리고 나와 나란히 자전거를 타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러나 지금의 고요한 길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안양천을 통과한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하천을 넘어서면서 시간이 멈추고, 3년 후의 내 모습이 펼쳐졌다. 도대체 무엇이 그런 현상을 일으킨 걸까? 안양천을 넘자마자 시간의 경계가 무너진 듯했다.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하천이라 생각했는데, 그곳에서만큼은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왜 하필 안양천을 지날 때 시간이 이동한 걸까?’


하천이 특별할 리는 없었다. 그저 흐르는 물줄기, 매일 지나가는 평범한 길일 뿐. 하지만 그 순간은 분명 특별했다. 나는 자꾸만 그곳을 지나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자전거가 기어를 바꾸는 순간에 무언가 달라졌다는 사실도 기억났다. 마치 기어를 조정하면서 시간을 조정한 것처럼.


‘설마 이 자전거가…?’


자전거를 내려다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처음 이 자전거를 샀을 때,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던 게 떠올랐다. 36계라는 수상한 닉네임을 가진 판매자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했던 말들.


“아무에게나 주는 물건은 아니에요.”


그때는 그냥 지나쳤지만,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가 말한 것이 단순히 자전거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면? 이 자전거에는 뭔가 다른 힘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전거가… 시간을 이동하게 만드는 열쇠인 걸까?'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시간이 이동했던 그 순간은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고, 그것을 다시 겪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이 자전거가 진짜로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면, 나는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집에 돌아와 자전거를 세워두고도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 그 길을 달려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번엔 더 먼 미래로 가게 될까, 아니면 과거로 돌아갈까? 시간의 흐름을 넘어 다시 한 번 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다시 그 길을 달려볼까?’


나는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도 결심했다. 이 자전거와 하천을 통해 시간을 넘는 비밀을 풀어보겠다고.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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