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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ke Sep 21. 2024

시간을 달리는 자전거

4화 : 자전거의 색깔이 변했다.


현재로 돌아온 나는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 자전거는 형광색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자전거의 색깔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형광색 자전거가 아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검은색 자전거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자전거를 살펴보았다.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의 활기찬 색감은 온데간데없고, 칠흑 같은 어둠을 머금은 검은색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적으로 페달을 밟아 안양천으로 다시 나아갔다. 내가 시간을 넘어섰던 그 하천을 다시 달리면 무언가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자전거는 더 이상 시간을 달리지 못했다.

다시 기어를 돌리며 속도를 내봤지만, 처음의 그 신비로운 경험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천을 몇 번이나 달려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시간을 달리던 그때의 기억은 희미해져 가고, 나는 점점 더 혼란에 빠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5년 후의 미래에서 나와 함께 달렸던 아내의 모습조차 희미해졌다. 처음에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환한 미소가 선명했지만, 이제는 점점 더 흐릿해졌다. 겨우 기억나는 건 그녀의 단발머리와 쌍꺼풀이 없는 눈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달렸던 길, 함께한 순간들이 꿈처럼 점점 멀어져 갔다. 자전거의 색깔이 바뀌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어긋나 버린 것 같았다. 그 신비로운 순간을 다시 느끼기 위해 안양천을 몇 번이고 달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점점 더 흐릿해지는 기억뿐이었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처음 이 자전거를 샀을 때 대화를 나눴던 그 수상한 판매자, 36계. 그가 남긴 말과 자전거가 변한 이 상황이 어딘가 연결된 것만 같았다.

나는 서둘러 당근마켓 어플을 켰다. 그와 주고받았던 대화가 기록에 남아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곳에는 36계라는 이름을 가진 판매자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그와 거래했던 기록조차 사라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처럼.

‘말도 안 돼... 분명히 있었는데...’

내가 상상한 걸까? 꿈이었을까? 하지만 분명히 그 자전거를 나에게 건네준 사람은 존재했다. 나는 그때 주고받았던 대화, 자전거의 상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남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전거와 함께 사라져버린 듯했다.

나는 다시 자전거를 바라봤다. 검은색으로 변해버린 자전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달릴 수 없는 단순한 자전거일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자전거의 색깔이 검은색으로 변한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처음부터 이렇게 검은색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의 최근 행동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동안의 일들을 떠올려봤다. 안양천을 몇 번이고 달리던 그 순간들, 처음 자전거를 샀을 때 느꼈던 기묘한 감정, 그리고 그 자전거가 시간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 분명히 무언가가 바뀌었고, 그 변화는 나의 행동과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작정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전거가 검은색으로 변한 이유와 시간을 달리지 못하는 원인을 찾아내야만 했다.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한 또 다른 비밀이 이 자전거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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