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돌아오고 나서부터 물러서고 덜어내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제는 뭔가 더 쌓을 나이가 아니라 정리해야 할 나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고,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각과는 달리 한동안 사우디에 관련한 일로 바빴다. 6월부터는 다시 현업에 복귀해 하루하루를 만끽하며 지낸다. 더구나 내년에는 사우디에서 십 수 년 애를 썼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던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그래서 매사가 감사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문득문득 물러서고 덜어내기는커녕 삶이 점점 화려해지고 요란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주어진 기회를 마다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기도한 대로는 아니더라도 매사에 나서지 않으려고, 무엇보다 말 수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애만 쓰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올해는 아직 만으로 육십 대라고 내 상황을 합리화하겠지만 몇 달 후에는 꼼짝없이 칠십 대가 될 텐데, 그때는 내 자신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도했던 바와 지금 처한 상황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올해 남은 시간 동안 이 숙제를 푸는 일을 앞에 놓고 기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