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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Sep 07. 2021

토슈즈 고르는 방법

발레리나도 아닌데 토슈즈를 세 켤레나 갖게 된 이야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가장 처음에 인생 토슈즈를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돈을 썼고, 앞으로도 쓰지 않으리란 확신은 없다. 누군가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매일 열심히 근무해서 돈을 벌고 있는 내게 실례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도 써보는 취미 발레인의 (돈 드는) 이야기.


토슈즈 수업은 성인 취미 발레를 시작했을 때부터 듣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발레를 했지만 토슈즈까진 신어보지 못했고, 난 다리에 비해 팔이 길다. 즉 팔에 비해 다리가 짧다. 특히 허벅지에 비해 종아리가 짧다. 이런 내게 무릎 아래의 다리를 늘려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 과연 종아리가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8등신 미녀가 될 수 있었을까!


토슈즈 신고 사진을 찍어봤지만 8등신 미녀는 될 수 없었다.



마디마다 뼈가 둥글게 튀어나와 있어 마치 오래도록 발레를 전공으로  사람처럼 보인다.  발이다. 그냥 이렇게 생긴 발인 . 평소 하이힐은커녕 구두별로 신지 않는데, 어릴 때부터 이런 발을 갖고 있다.


[내 발의 특징]

1. 발가락이 길다. 두 번째 발가락이 길다. (이런 발 모양을 그리스형이라고 한단다.)
2. 나름 발폭이 좁다고 생각해왔는데 중간-넓은 편인 듯하다.
3&4. 발등이 높다. 아치도 선명하다.
5. 발꿈치가 두툼하다.


[내가 산 토슈즈]

- 레페토 카를로타  5 1/2(255) 라지 박스(LS) 소프트 140,000원
- 블락 유로스트레치 5 1/2(255) X  - 155,000원 (비싼 인테리어 소품 득템 ^^)
- 그라쉬코 3007 5 1/2(255) XX 소프트 - 65,000원


토슈즈 용어


1. 발가락 길이와 뱀프

누군가(아마도 짧은 발가락을 가진 내 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 내 발을 보면서 발가락으로 젓가락질을 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뭐.. 리모컨 정도는 쉽게..) 구부러져 있는 발가락을 다 펴면 더 길어지는데, 이 긴 발가락들이 토슈즈 안에서 편안하게 있을 공간이 필요하다. 블락은 토박스가 옆으로 넓어서 공간 여유는 있는데 (그래서 발이 뭉툭한 인상을 준다) 나처럼 발가락이 긴 사람들은 긴 발가락들을 둥글게 말아서 웅크리게 해야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를르베를 하거나 턴을 돌 때 발가락 특정 부위에 힘이 과도하게 쏠리게 되고(그리고 매번 다른 부위에..) 매우 아프다. 따라서 옆으로 과도하게 넓은 공간보단 뱀프가 길어서 위아래로 공간이 넓은 토슈즈가 좋다. 레페토 카를로타, 그라쉬코 3007 둘 다 위아래로 공간이 넓은 데, 그라쉬코는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이기 때문에 레페토가 신었을 때 더 편한 느낌을 준다.

레페토 카를로타 >>> 그라쉬코 3007 > 블락 유로스트레치


2. 발폭과 토박스 사이즈

나는 내 발이 이제까지 매우 얄팍한 발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발가락이 긴 탓에 생겨난 착시효과로 발폭은 평범한 듯하다. 오히려 조금 넓은 편 같기도. 그라쉬코나 블락으로 따지면 토박스의 사이즈는 중간 정도인 XX~3X. 레페토로 따지면 medium~large. 많은 유튜버, 블로거 선배님들이 (아마) 발폭 때문이라도 토슈즈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꼭 피팅을 해보고 사라고 하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하여, 레페토는 가장 넓은 볼 너비로, 그라쉬코는 두 번째 사이즈 볼 너비(XX), 블락은 가장 작은 볼 너비(X)로 손수(손발?) 체험하며 내 발 너비는 중간에서 넓은 사이 정도구나.. 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볼이 넓은 슈즈는 처음 신었을 때부터 굉장히 편하긴 한데 슈즈는 아무래도 신다 보면 늘어나서 라지박스로 구매한 레페토 카를로타가 점점 헐렁해지는 듯하다. 다음엔 처음부터 미디엄을 사는 게 나을 것도 같다.


다만, 토박스는 좁을수록 춤을 출 때 발이 예뻐 보인다.


그라쉬코 XX > 레페토 라지 > 블락 X (< 아무런 근거 없이 15만 원짜리 슈즈를 사면서 X를 산 건 무슨 자신감이었나..)


그라쉬코가 확실히 예쁘지 않나요?

3. 발등과  강도


발등이 타고나게 높네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토슈즈를 신기 전까진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발등이 높다는 건 토슈즈를 신고 올라섰을 때 발등이 둥글게 앞으로 돌출된다는 의미였다. (발이 더 유연해 보인다) 슈즈 바닥에 붙어 있는 발바닥 모양의 가죽을 솔(sole)이라 부르고, 안쪽에 붙어 있는 부분을 생크라고 한다. 이들의 강도에 따라 소프트, 미디엄, 하드로 나뉘고 브랜드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색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발등은 높을지라도 아직까지 발등 힘에 대해선 전혀 자신이 없어서 솔 강도는 무조건 소프트로 해서 신고 있는데, 이 건 좀 더 신어보다가 강도 높은 것으로 갈아타야 할지, 계속 소프트를 신는 게 좋을지 고민해봐야 할 듯하다 (대체 얼마를 더 써야 하는 건가…!)


(일단) 소프트 (도 토슈즈 첫 수업시간엔 반죽음입니다…) >>>>>>>>>> 미디엄



 4. 생크와 발 꺾임


포인 했을 때 발바닥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 발이 꺾이는 부분인데, 이 꺾이는 지점과 슈즈가 꺾이는 지점이 맞지 않으면 매우 불편하다. 블락 유로스트레치는 솔 영역이 나뉘어 있어서 슈즈를 직접 꺾지 못해 내 발이 꺾이는 지점보다 앞서? 혹은 뒤에서? (어디서 꺾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꺾이는 듯하다. 신었을 때 다소 불편함이 느껴졌다.


그라쉬코 3007 (거의 양말을 신은 듯 발바닥에 착 붙어 꺾인다) >  레페토 카를로타 > >>>>> 블락 유로스트레치



5. 발꿈치 길이


발꿈치가 두꺼우면 뒤쪽 천이 여유 있게 남아 있어야 벗겨질 것 같은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내가 산 슈즈들은 대부분 뒤꿈치의 천이 넉넉히 있어서 한 번도(라고 하기엔 토슈즈 수업을 몇 번 안 들었습니다만….) 벗겨지거나, 벗겨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블락 유로스트레치  =  레페토 카를로타  = 그라쉬코 3007



6. 중심과 플랫폼


슈즈의 코 부분의 면적을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넓을수록 당연 중심을 잡기 좋다. 나처럼 아직까지 내 중심점을 모르는 초보자에게 그라쉬코의 플랫폼은 너무 좁다. 아무리 좁아도 중심을 잘 잡는 취미 발레인이라면 플랫폼 크기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부럽다.)


블락 유로스트레치 >  레페토 카를로타 > >>>>> 그라쉬코 3007


   

7. 무지외반증과

내 발은 무지외반증은 없는 것 같은데, 양쪽 새끼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고, 아래 뼈가 돌출되어 있다. (검색해보니 이것도 ‘소건막류’라는 병명이..) 그래서 윙이 발을 어설프게 감싸면 이 부위가 슈즈 천에 쓸려 아프다. 게다가 그라쉬코 3007처럼 플랫폼이 작아 윙 쪽 공간이 급경사로 떨어지면 아픔이 가중된다. 엄지 혹은 새끼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 혹은 소건막류가 있는 사람이라면 윙이 발을 어떻게 감싸는지도 유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레페토 카를로타 > 블락 유로스트레치 > >>>>> 그라쉬코 3007


일단 발가락이 길고(1번) 새끼발가락 이 살짝 안쪽으로 휘어진(7번) 내 발의 특성상 레페토 카를로타가 가장 딱 맞는 선택이었다. 물론 조금 더 연습을 해서 중심도 잘 잡을 수 있게 되고 발 모양에도 욕심이 나기 시작한다면 그라쉬코도 도전해봄직하나, 나는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발레를 하고 싶기에 가장 편한 레페토 토슈즈를 신으며 발레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다른 브랜드 - 프리드, 게이놀민든-의 토슈즈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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