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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리부부 Feb 16. 2022

나도 글밥 한 번 먹어볼까?


나도 글밥 한 번 먹어볼까?


결혼 이후에 뚜렷한 직업이 없던 나는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게 되었는데, 경제적 의존은 곧 정신적 지배를 의미하는 것 같은 무력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자존감의 하락은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남편이 가부장적이거나 시시때때로 간섭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나를 찾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의 자립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만들었다.

첫 번째 책이 나온 지 곧 1년이 되어가고, 이탈리아 성지순례길에 관한 두 번째 책을 열심히 퇴고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글을 쓰는 나보다도 내 글을 더 좋아해 주었던 편집장님들 덕분에 엉덩이를 붙여 쓰는 일이 괴롭지만은 않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계약서도 써보고, 계약금이라는 내 기준에서는 큰돈도 만져보고 분기별로 소소하게 인세도 들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다정한 사람들이 생겼다. 남편에게도 아내가 아니라 작가님으로 불려지기를 원한다. 기왕이면 베스트셀러 작가님.


책을 쓴다고 해도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렵다. 내 모든 시간을 글쓰기에만 집중하여 일 년에 몇 권씩 뽑아낼 수 있는 작업도 아니다.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글쓰기로 월수입 천만 원 벌기’와 같은 사행성 강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걸 보면 그럴싸하기도 하다. 천만 원은 언감생심, 남편에게 최신상 갤럭시 핸드폰을 사주겠다고 떵떵거렸는데 아깝지 않게 내 돈으로 사줄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현실은 가스값 전기세 물가 인상으로 정해진 일주일 생활비를 초과하지 않기 위해 잔돈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 삶이지만 말이다.


나도 글밥 먹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한 권의 책을 내고 작가가 된 이후, 여러 사설 매체와 여행 매거진에 기고를 하고 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유료 글을 작성하고 있다. 글쓰기 공모전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낙방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공모전이 있다. 핑계 같지만 내 일기장과 같은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 끄적이는 글을 한동안 쓰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를 찾고 싶다고 했으면서 돈 되는 아니 어쩌면 돈이 될 법한 글만 쓰고 앉아있던 내가 한심하기까지 하다. 작가가 된 지 고작 몇 개월이나 됐다고.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입으로만 나불거렸구나. 한 달에 고작 네 편의 내 이야기도 쓰지 못하는 나를 반성하며 쓰는 글.


(어제 집에 관한 이야기를 비공개 처리한 이유는, 어쩌면 돈이 될지도 모르는 곳에 제 글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댓글과 좋아요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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