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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팔로모짜렐라 Sep 16. 2021

이탈리아에서의 결혼식

사육당하는 결혼식

아페리띠보
프리모Primo 리소토/파스타
메인 참치/돼지고기
밤10시에 먹는 디저트
아페리띠보
프리모 파스타/리소토
생선 대구/소고기
식후주와 약간의 초콜릿

이탈리아의 클래식한 결혼식은 참으로 길다. 정말 길다. 지겹게 길다. 그래서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한다. 시작은 오전 10시.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그리고선 피로연을 하러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에 도착하면 사람들과 재밌게 떠들다가 아페리티보를 한다. 아페리티보는 본격적으로 밥을 먹기 전 식욕을 돋우기 위해 간단하게 마시는 술과 안주를 말하는데 솔직히 여기서 이미 다 배가 채워진다.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다들 배가 고프기 때문에 맛있게 마시고 먹는다. 배가 이미 충분히 채워졌다. 그리고선 본격적인 코스요리가 시작된다. 안티파스토(전통적인 첫 번째 과정. 본 요리를 먹기 전에 식욕을 (또) 돋우는 짭조름한 먹을거리들)를 먹은 후, 파스타를 먹는다. 그리고 리소토를 먹는다. 이렇게 1차는 끝나고 2차 메인 요리가 나온다. 생선요리가 나온다. 생선요리를 먹고선 입가심을 하라고 레몬이나 라임이 들어간 상큼한 셔벗이 나온다. 그 뒤 고기 요리가 나오며 메인도 이렇게 끝이 난다. 그 뒤로는 디저트와 식후주를 즐긴다. 글로 쓰면 이렇게 짧지만 앉아있으면 중간중간 이벤트도 하고 춤도 추고 사람들이랑 나가서 떠들다가 들어오고 하기 때문에 디저트까지 다 먹고 끝나는 시간은 오후 10시가 넘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자정이 된다. 음식을 남기는 걸 너무 싫어하는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남기게 된다. 음식의 퀄리티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들어가지가 않는다. 목 구녕에서 음식이 넘쳐 입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되면 음식은 꼴도 뵈기가 싫다. 그렇게 나는 2번의 이탈리아의 결혼식을 경험해봤다. 축의금만 내고 1시간 만에 끝나는 한국의 결혼식도 그렇게 썩 좋아 보이진 않지만 12시간씩 지속되는 길고도 긴 결혼식도 피곤하다. 하지만 정성으로 따진다면 다 같이 맛있는 밥 먹고 천천히 즐기고 축하해주고 하는 이 나라의 방식이 조금은 더 정성스러워 보이고 진심이 더 느껴져 보인다. 어쨌거나 이것으로 우리가 참석하는 결혼식은 끝이 났다. 앞으로의 이런 전통적인 이탈리아 결혼식에는 참석할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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