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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무 변호사 Oct 14. 2016

인공지능(AI) 마케팅의 법적 문제점

안녕하세요. 유영무 변호사입니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계속될수록 인류는 다가올 미래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왔습니다.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바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일 텐데요. 그 상상은 지난 3월 AI 바둑기사 알파고(AlphaGo)와 한국 국적의 이세돌 9단의 대결로 현실화되어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알파고의 대국은 그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AI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린 중대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 세상이 올 듯한 암울한 기사까지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디스토피아는 꽤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있을 법한 일이겠지요.


그것보다 당장 눈에 띄게 된 사건은 바로 알파고의 유명세를 타고 나타난 '인공지능 마케팅'입니다.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AI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는 광고 문구가 여기저기 유행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이 글의 제목을 '문제점'이라고 적었는데요. 그들 중에 진짜 인공지능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인공지능이란 무엇이고 기존의 소프트웨어와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AI가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에 불과한데도 AI라고 마케팅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을 검토하겠습니다.



1.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AI)이 아직 규범적으로 확정된 개념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자율성을 지닌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은 지능형 로봇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라고 규정합니다(제2조 제1호).


이를 다시 강한 인공지능(Strong AI)과 약한 인공지능(Weak AI)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강한 AI는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보편성이 있고, 알고리즘이 주어지면 스스로 데이터를 찾아 학습합니다. 반면 약한 AI는 특정한 분야에서만 활용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뿐 아니라 기초 데이터나 규칙을 입력해야만 학습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의 자아(自我)를 지닌 존재, 즉 강한 AI를 말합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강한 AI는 존재하지 않으나,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 자아를 획득하는 AI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도 적지 않겠지요.


결국 구글의 알파고, IBM의 왓슨(Watson) 등 유명한 AI 소프트웨어는 모두 약한 AI에 해당합니다. 즉 바둑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데이터들을 학습하여 예측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기존의 소프트웨어와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는 이미 다양한 소프트웨어(Software)의 도움을 받아 인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복잡한 연산, 분석, 설계, 구현 등의 작업을 하고 있지요. 이젠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구동시키는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 앱(App)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개발자가 제작할 당시에 설계한 알고리즘,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일련의 절차에 따라 동작합니다. 그리고 입력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겠지요.


그렇다면 앞에서 정의한 것처럼 AI도 결국 소프트웨어에 불과한 것일 텐데, 과연 기존의 소프트웨어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여러 관점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AI의 대명사인 알파고나 왓슨을 기준으로 삼으면, 적어도 「학습을 통해 예측한다」는 점이 기존의 소프트웨어와 크게 구별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용어를 많이 접해보았을 텐데요. AI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방법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을 활용하며, 특히 그중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생겨나면서 AI의 학습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예컨대 기존의 바둑 소프트웨어는 고정된 기보(棋譜, 바둑을 두는 법을 적은 책) 내에서만 분석·예측할 수 있었다면, 알파고는 수많은 새 데이터들을 학습하면서 점점 더 승률을 높일 수 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봤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고양이를 구별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AI는 머신러닝을 통해 고양이 사진들을 학습하게 되면, 처음 접하는 사진이라도 그것이 고양이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해 낼 수 있습니다.



3. AI 마케팅은 정말 가짜인가


정리하면, 설계 당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만 판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AI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존하는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AI가 아닙니다. AI를 활용한 최첨단의 상품·서비스라 광고하더라도 실은 겉보기에만 세련되고 친밀한 형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만약 '인공지능을 이용한 ○○ 분석 시스템', '인공지능이 만드는 ○○ 제작 서비스' 등과 같은 광고 문구를 접한다면, 이는 "인공지능처럼 보이고 싶다", "인공지능을 지향한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AI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실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는 만큼, 조만간 '진짜' AI로 무장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가짜 AI 마케팅과 구별하기 위해 '100% 진짜 인공지능', 'NASA가 선택한 인공지능' 등의 수식어가 부가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AI 마케팅의 실체를 이해하고 그저 듣기 좋은 수식어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실제로 AI가 활용된 상품·서비스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어떠한 법적 이슈가 발생할까요.



4. 가짜 AI 마케팅의 민·형사상 쟁점


먼저 상품이나 서비스 계약 자체의 효력이 문제 되는데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하여 사업자가 착오를 유발한 경우로서 민법 제109조에 해당하여 계약의 취소가 가능합니다.


또한 판매자의 적극적인 기망, 즉 사기에 의하여 법률행위를 하게 된 것이므로 민법 제110조에 해당하여 역시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소비자는 착오취소와 사기취소 어느 쪽이든 요건을 증명하여 취소하면 됩니다.


계약이 취소되면 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봅니다(제141조 본문). 그밖에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품질보증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를 하나의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면 소비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기망행위로 인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하여, 사업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다만 위 내용들은 가짜 AI 광고에 대하여 가능한 일반론을 열거한 것이므로, 구체적인 법적 평가를 위해서는 각 사안에 따라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AI를 내세운 가짜 마케팅은 더 많이 나타날 거라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부에서는 어떤 기술에 따라 동작하는지를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기도 쉽습니다.


가짜 AI 마케팅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AI에 대한 불신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지요. 이는 AI 기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 얼마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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