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씨앗 하나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누구의 눈길도 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를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울 기대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이 조그만 씨앗… 정말 꽃을 피우기 위해 태어난 걸까요?
씨앗이 뿌려지고, 약해 보였던 이 아이는 힘을 내 자기를 덮은 흙 땅을 뚫고 나와서 밝고 따사로운 햇살과 처음 마주합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새싹입니다. 투명한 연두빛깔의 친구는 세상과 첫인사를 하고는 봄을 지나며 열심히 자라나 작은 봉우리 하나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봉우리가 벌어져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꽃을 피워냅니다.
절정의 청춘,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색깔을 뽐내며 도도하게 유혹의 향기를 세상으로 뿜어냅니다. 정말 멋진 순간입니다. 그 작고 볼품없던 씨앗 녀석이 세상 그 무엇보다 멋지고 아름답게 자라나서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또 그 향기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줍니다.
“이야~너무 좋아”
사람들에게 아무런 강요 없이 자연스러운 경탄을 이끌어낸다는 건 정말 뛰어난 재능입니다. 이 녀석,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었네요. 이렇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이에 멋진 꽃송이 아래엔 작은 열매가 살며시 자라나고 있습니다.
꽃 잎이 하나 둘 떨어질 때마다 자라난 열매는 달큼하게 익어갑니다. 그리고 영글대로 영글어서 툭 땅에 떨어지는 사이에도 씨앗을 만들어 다시 새로운 작은 씨앗 하나 세상에 선물합니다.
예쁜 꽃, 사랑의 향기, 새로운 생명까지 힘겹게 길러 낸 이 꽃나무는 겨울이 되어 앙상하게 시들어 버렸습니다. 이 (이름 모를) 꽃나무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나요?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길러낸 후 겨우 사이 시들어버린 나무는 단지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꽃을 다 피워낸 후에도, 열매를 맺어 씨앗을 만들어낸 후에도 생명은 여전히 그 삶의 이유를 위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여전히 귀한 호흡을 합니다. 앙상하게 보이는 겨울 가지 위에도 햇살은 따스한 손길을 거두지 않습니다. 가지가 머금은 아침의 이슬도 여전히 반짝입니다.
우리의 얼굴에도 그 빛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에도,
새싹으로 자라나는 어린아이들과 풋풋한 춘기를 뽐내는 청소년들에게도,
꽃으로 피어 아름다움과 향기로 세상의 주인이 된 청년들에게도,
귀한 새 생명을 낳고 사랑으로 보살펴 키우는 젊은 부모들의 얼굴에도,
잎새 하나씩 떨어져 가도 장성한 그늘로 평안이 되어주는 중년의 가을에도,
비록 앙상한 가지처럼 왜소해진 몸뚱이, 굵은 나이테처럼
귀한 삶의 지혜로 세상을 지켜주는 고마운 장년에게도.
그 어느 한순간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이 그러하듯,
당신은
씨앗으로도
새싹으로도
멋진 줄기와 가지와 잎새로도
꽃으로도
열매로도
빈 가지와 잎새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