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풍자의 경계

by 강하


막말과 풍자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선을 찾고 긋기가 참 애매하다.
내가 하면 센스있는 풍자, 상대가 하면 한심한 막말인가.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했다.

▣ 막말
1.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2.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 풍자
1.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
2. 문학작품 따위에서,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으면서 씀.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최근 막말 논란의 당사자들이 "난 충분히 생각해서 한 말"이라 한다면 막말의 정의 1항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표현 중 "나이가 들면 다 장애인이 된다"는 표현은 전체 발언 맥락을 보면 발언자가 어떤 생각을 전하려 했는지 의도가 보인다.
나이가 들면 지적 신체적 수준이 저하되니 그런 현상을 감안하여 모두가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자는,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을 한 거라고 본다.
그러니 본의가 왜곡됐다는 억울함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나이가 들면 신체활동이 현격히 위축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나이가 들면 "장애인이 된다"와 "장애인과 같이 신체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와는 느껴지는 어감이 다르다.
하지만, 이 역시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난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

● 막말과 풍자를 개인적인 소견으로 굳이 구분한다면,

비난의 당사자가 아닌 다수의 제삼자가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일단 막말 비난대상이 되겠는데, 표현에 비유가 동반되면 풍자의 영역으로 도피할 수 있지만, 직설적이거나 단정적인 표현은 막말 영역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그는 이중인격자다"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보는 거 같다" 정도의 차이랄까.

또한, 풍자라 하더라도 비유의 매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부정적인 매개라면 막말이 될 수도 있고, 상식선에서 악의적인 매개가 아니라면 풍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싶을 때,
"뱀의 혀를 날름거리는 새빨간 거짓말장이"는 막말,
"양의 탈을 쓴 이리같다"는 비난의 소지가 있는 풍자,
"양치기 소년을 보는 듯하다"는 풍자의 영역이 되지 않을까.

기실, 이런 수사적 분류보다 앞서는 건 정서다.
평소 거친 표현으로 미운 털이 박힌 사람의 표현이면 막말, 호감이 가는 사람의 표현이면 풍자가 되니,
평소 언행과 이미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은 위 표현의 경우도 앞뒤를 생략하고 하나의 문장만을 부각시킨 언론과 상대진영, 그리고 신속하고 예민하게 반응한 소속 정당이 원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바로 전 날 있었던 본인의 막말 논란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막말을 하는 사람보다 더 경계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막말을 하는 사람은 쉽게 드러나 기피하거나 무시하면 되지만, 위선을 일삼는 사람은 그 행동이 잘 드러나지 않아 쉽게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