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 이야기입니다.
성공을 다룬 세미나, 책, 영상이 넘쳐나죠.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과 행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의 비결을 엿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성공한 개인이나 조직을 연구하는 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이러한 성취를 이루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역시 어떤 희망을 품고 성공에 대한 용기를 얻기도 하죠.
그러나 잠시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도록 하죠.
타인의 성공 경험담에서 얻은 교훈이 과연 신뢰할 만한가?
이런 성공담이 혹시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의 성공은 정말 나에게도 효과적일까?
오늘 <수요레터>에서는 로빈 M. 호가스와 엘레 소이야르의 <경험의 함정>이라는 책을 통해 타인의 성공 스토리에 숨어있는 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진실은 성공담의 정확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일까요?
종종 그들은 성공의 과정을 미화시키기도 합니다. 성공한 이들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자랑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를 느낍니다. 때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풀어낼 사람들이 얼마든지 대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야기의 일부는 미화되기 마련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같은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과 당사자들의 기억은 주관적이며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정확성과 관련된 또 다른 담화는 성공담에서 제시하는 모든 특징들이 모두 성공의 원인이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다룬 책들이 많지만, 그 모든 특징이 필연적인 성공의 요인이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7가지, 10가지 요인 모두가 성공의 필수 요건일까요?
그 중의 일부만이 실제로 성공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으며, 나머지는 그저 그럴싸한 이유를 덧붙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겁니다.
두 번째로 짚어볼 문제는 바로 인과관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정말 그들의 성공을 이끌어낸 원인이 맞을까요? 아니면 이런 원인들은 성공했기 때문에 따라붙는 성공의 결과물들은 아닐까요?
예를 들어, 이런 조언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마라”, “가장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라”와 같은 말들이죠. 이런 문구들은 듣기에는 매우 그럴싸하고 멋지게 들리지만, 실상은 성공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성공한 이들은 세상의 평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지만, 아직 성취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조언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지 않겠어요?
즉,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성공 이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수도 있다는 관점입니다. 성공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로 주목할 문제는 시간입니다. 성공한 이후에 과거를 돌아보며서 “그때 했던 그 선택들이 내 성공의 이유였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쉽습니다. 성공 후에 과거의 선택을 성공의 원인으로 연결 짓는 건 자연스럽긴 하지만 작위적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관점은 미래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성공을 과거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쉽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우리가 현재 내리는 결정이 미래의 성과로 이어질 거라는 확신은 어쩌면 일종의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과거의 성공 전략이 현재와 미래에 유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성공의 교훈도 계속해서 업데이트되어야 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교훈의 효력은 점차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과거의 성공을 맹신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지 못한 착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네 번째로 살펴볼 문제는 취사선택, 즉 선택 편향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선택 편향이란 특정 선택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사례에만 집중함으로써 전체적인 맥락을 잘못 해석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시절에 사혈 요법 (피를 강제로 나게 만들어 치료를 하는 행위) 이 만병통치약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치료 방법이었지만, 왜 이런 오해가 그렇게 광범위하게 펴지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사혈로 사망한 사람들은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할 기회를 갖지 못했죠. 반면, 사혈 후 생존한 사람들만이 자신의 경험을 전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사혈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 ‘생존자 편향’은 성공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실패한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큰 비전을 품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운이 따르지 않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거나, 단지 시기를 잘못 탔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실은 모두의 의견을 편견없이 공평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섯 번째 문제는 바로 복잡성입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성공의 법칙이나 조언들은 단순한 문구로 요약되어 있지만, 실제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현실 세계는 그야말로 다양한 변수와 복잡한 상황들로 가득 차 있으며, 어떤 상황도 똑같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개별적인 조건들 역시 그때마다 달라지고, 그 모든 요소를 몇 가지 보편적인 말로 일반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어떤 일반성을 찾아내어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접근이 통하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특정 상황에서만 유효한 법칙을 보편적인 성공 전략으로 치부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우리 모두는 다 다르기 때문에, 성공에 이르는 단순하고 보편적인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성공 공식’ 같은 것은 그저 신화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여섯 번째 문제는 바로 ‘등가교환’입니다. 어떤 성공이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얻었다면, 반드시 그 과정에서 잃은 것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는 대신, 그들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할 소중한 시간을 희생했다면, 그 성공을 진정한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결국, 성공의 교훈이 우리에게 의미 있으려면, 그 성공이 가져다준 가치와 그로 인해 잃은 대가를 공정하게 비교해봐야 합니다. 어쩌면 그들이 성공을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알게 되면, 그 화려해 보이던 성공이 우리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공에 대한 가치관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성공을 원하고, 어떤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이 질문에 따라 타인의 성공담은 나에게 의미 있는 조언이 될 수도 있고, 그저 내 삶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성공의 의미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법입니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그것을 동기 삼아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위안을 얻고자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고 사업이 힘든 시기일수록 남의 성공이 더 크게 보이는 법입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 쉽고, 그들의 조언이 모두 정답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이럴 때일수록 그들의 이야기를 절반 쯤은 맞고, 절반 쯤은 틀리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진실은 종종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성공 스토리는 과장된 추측이나 상상으로 버무려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속에는 성공에 대한 욕망을 이용하려는 속임수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일 것입니다.
남들의 성공이 부럽지 않(으려고 애쓰)는
촌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