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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철준 Nov 27. 2024

전략적 변곡점 ⓵왜 지금이 위기일까?




1980년대 인텔의 위기


1980년대 중반, 인텔은 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인텔의 메모리 사업은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와 품질 경쟁에 밀려 점점 그 입지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인텔의 경영진에게는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 일본과 더욱 더 치열하게 싸울 것인가, 아니면 핵심 사업인 메모리 사업을 포기하고 막 떠오르는 마이크로프로세스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할 것인가.                

수 년에 걸쳐 인텔 내부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계속 됩니다. 찬성과 반대 모두 나름의 논리와 당위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존 메모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믿은 이들은 아직 메모리 시장이 여전히 매우 크며, 인텔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 기술의 역량은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메모리 사업에 더욱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틀린 얘기가 아닐 뿐더라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으로 들립니다.    

반대편의 이야기는 이렇죠. 시대가 바뀌고 있고 우리의 경쟁력은 더이상 예전처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수익이 점차 악화되어 가고 고객들의 신뢰도 예전같지 못하다. 품질의 수준 역시 일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따라잡기 버겁다. 결론적으로 인텔은 메모리 사업에서 점점 시들어 갈 것이다 라는 주장이었죠. 매우 부정적이고 최악의 시나리오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역시 인리가 있습니다.              

결국 경영자가 판단 해야 합니다. 지금이 변화의 순간인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어떤 결정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인가?              

이런 상황이 바로 ‘전략적 변곡점’ 입니다.               

당시 인텔의 사장이었던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의 이러한 전략적 변곡점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의 반도체 제국 시절을 이끌었던 탁원할 경영자였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위대한 경영의 그루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의 전성기를 이끌던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출판된 지 20년도 넘은 책입니다만, 현재의 기업 경영인 뿐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강력하고 생생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책이죠.           

아무리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더라도 기업과 개인에게 한 두번의 위기는 반드시 찾아 옵니다. 그런 고비를 어떻게 극복해 내는가에 따라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더욱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기업이 될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꼭 기업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패턴은 그대로 반복됩니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러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경영자는 어떤 선택을 취해야 하고, 행동에 따른 숱한 많은 반대와 역경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생생히 그려냅니다.                     


책의 명성에 비하면 이 책은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 책 제목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개인적 생각이다.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라니. 책 제목 때문에 미리 손절했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인텔 인사이드, 인텔 신화의 시작


인텔이 처했던 위기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 볼까요?          

숱한 회의와 토론에서도 인텔의 경영진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가던 길이 가장 안전해 보이는 법입니다. 하지만, 메모리 사업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거라는 데이터들이 리포트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분야, 즉 마이크로프로세스에는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물론 꽤나 유망한 분야로 보이기는 했지만, 인텔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메모리 사업 부분의 사이즈와 투자가 너무 컸습니다. 직원들의 저항감 역시 엄청났구요.           

앤드루 그로브는 지리한 토론에 지쳐갔습니다.             

힘겨운 논의가 계속되던 어느 회의에서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고든 무어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새 CEO를 데리고 온다면
그 신임 CEO는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그러자 무어는 바로 대답했죠.
“메모리에서 손을 떼게 하겠지”
나는 망연자실한 채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회장님과 제가 지금 문밖으로 나갔다가
새로운 사람이 되어 돌아오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메모리를 끝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회의를 마치고 앤드루 그로브는 인텔은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며, 우리는 마이크로프로세스 기업이 될 것이다 라는 결정을 조직 내부와 외부에 선언하게 됩니다.           

전략적 변곡점에서 앤드루 그로브는 변화를 결정하게 되고, 결국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스라는 분야를 통해 메모리의 성공을 훨씬 넘어서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Intel Inside’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결심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들


하지만 이 책은 그냥 그렇게 성공 이야기로 마무리 짓지 않습니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변화의 과정 속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반대, 역경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지, 당장 눈에 뻔하게 보이는 수익과 매출의 저조한 결과를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 지리한 설득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반목과 상처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절대로 쉬운 것은 없습니다. 변화는 어렵고 치열한 과정 속에서 성취되는 것입니다. 변화에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알고서도 왜 이토록 힘겨운 길로 떠나야 하는 걸까요? 전략적 변곡점은 생사의 기로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신호가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개인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변곡점을 감지하는 법 ⓵


그렇다면 전략적 변곡점이 다가왔음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수많은 경영인들과 개인들이 전략적 변곡점의 시기를 인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변화의 신호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서서히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신호를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전략점 변곡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죽음의 계속에 빠져서 기업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한창 잘 나가는 기업이 자신의 사업에 안주하다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사라져간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격했습니까?             

수많은 상황 속에서 무엇이 변화의 징조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앤디 그로브는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은제 탄환 (siliver bullet)’ 테스트 인데요. 은제 탄환 이라는 테스트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내 권총에 총알이 딱 한 발 남아 있다면,
수 많은 경쟁자 중에서 누구에게 쏠 것인가?


우리 기업의 핵심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질문인데,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주요한 변화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은 바로 그 핵심 경쟁자가 바뀌는 순간이며 그 순간이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신호라는 것입니다.               

상황을 좀 더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면 좀 더 명확하게 보이게 됩니다. 주변의 부차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가정이 필요합니다. 총알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를 겨냥해야 내가 살수 있을까? 이 당돌한 질문 앞에서 좀 더 분명한 변곡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총알이 한발 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이 총알은 누구를 항해야 할 것인가? 이런 사고 실험은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 본질을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한다. 




변곡점을 감지하는 법 ⓶


변곡점을 감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카산드라의 말에 기울이는 것입니다.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멸망을 예견한 예언자였습니다. 하지만 트로이의 지도자들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지 않았습니다. 경고를 무시했죠. 그래서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카산드라들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앤드루 그로브는 말합니다. 기업의 카산드라는 기업의 중간 관리자이고, 실제 시장과 고객의 접점에서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회사의 최전선에게 일하기 때문에
본사에서 근무하는 고위 경영자들보다 위험에 더 민감하다.
(중략)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술은
엔지니어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들은 경고 신호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전략적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는 도처에서 울리고 있지만, 정작 그 중요한 신호는 숱한 잡음에 묻혀 전달되지 못합니다. 신호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카산드라, 즉 기업의 내부와 외부에서 변화를 가장 먼저 접하는 실무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와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급변할 때에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게 되고, 기업의 생존 가능성들은 더욱 불확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노이즈는 더 많아지고 전략전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는 알아채기 더욱 어려워 집니다. 기업의 카산드라 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카산드라는 토로이의 멸망을 예언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경고에 신경쓰지 않았다.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고 만다. 경고가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아집에 붙잡혀 있지 않아야 한다.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


다행히 전략적 변곡점이 도래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자 이제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떤 액션을 통해 ‘승자의 저주’에 갇혀 헤메고 있는 기업을 변화의 물고를 트게 만들고, 변화의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끌 수 있을까요? 얼마나 힘든 과정들이 남아 있을까요? 가보지 못한 길 위에서 어떤 믿음과 확신으로 꿋꿋히 그 길을 걸어낼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다음 번 수요레터 <전략적 변곡점 2부> 에서 알아 보겠습니다. 한 주만 더 기다려 주세요. 훨씬 더 흥미로울 겁니다.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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