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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Jan 15. 2021

차선의 최선을 다하는 삶

2등의 오기와 용기 사이



나는 언제나 두 번째였다


항상 원하는 걸 한 번에 가져본 적이 없다. 한 번에 무언가를 이뤄본 적이 없었다.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 회사, 어떤 목표들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아래의 두 번째 것들을 선택하게 됐다. (두 번째가 아닌 그 아래의 것들을 선택할 때도 많았지만 편의상 두 번째로 지칭하겠다.) 


두 번째의 삶. 


언제나 그랬다. 한 때는 그게 너무 싫고 자존감을 갉아먹어서 힘들었다. 나의 어떤 점이 부족하길래 나는 늘 실패인 걸까 생각했다. 유난히 질투와 시기심이 많았던 마음이었다. 자꾸만 이기고 싶고 별것 아닌 일에 혼자서 경쟁심을 발동하여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열등감도 많았던 것 같다. 



차선을 최선으로 만드는 강력한 동력, 오기


나의 두 번째 선택이 실패하지 않게, 첫 번째로 간 사람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를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까진 없었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노력했다. 가장 큰 동력은 오기였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본 때를 보여주겠어- 하는 마음. 

(사람들은 나에게 일절- 관심이 없는데도) 나를 보여줄 거야- 하는 그런 마음. 



1. 편입 

3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중간에 대학을 바꿨다. 처음에 간 대학도 나쁘진 않았지만, 원하는 타이틀은 아니었다. 지금은 학벌주의가 거의 없어진 듯하다. 학교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예전의 나는 아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목표한 그 대학에 꼭 가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거기 가서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지, 그런 것도 없었는데. 바보처럼 그냥 가고만 싶었다. 진짜 최선을 다한다면 나도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이루고 싶었다. 1년을 정말 오롯하게 공부했다. 고 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뭔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공부를 한 시간이었다. 다시 돌아가도 그만큼 무언가를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그건 내 첫 성공의 경험으로 자리했다. 첫 번째는 아니었지만 나에겐 의미가 있는 최초의 성공 사례가 됐다. 


2. 이직 

가고 싶었던 대기업에 줄줄이 떨어졌다. 그래서 그 대기업과 일할 수 있는, 같은 업종이지만 조금은 다른 유형의 회사를 선택했다. 그곳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역시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계속 자리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끝끝내 아닌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이직을 결심했다. 열심히 했는데, 이직을 할 때에도 처음에 목표했던 회사에 들어가진 못했다. 아직도 그 마지막 면접이 잊혀지지 않는다. 난 그렇게 간절했는데 왜 그렇게 대답을 했을까. 내가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 왜 그걸 표현을 못했을까. 울었다. 그리고 깨끗이 포기하고 그다음의 차선을 선택했다. 그것이 지금의 회사. 나는 만족한다. 이곳에서 생각보다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춰가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좋고 배울 점이 많다. 이곳에서도 처음엔 적응이 힘들어서 사실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만둘까 생각했었지만. 정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진짜 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까지만 해보자- 하다 보니 어느새 3년이 훌쩍 넘어간다. 스스로가 조금은 자랑스럽다. 



겉치레와 진짜 내면의 간극을 채운 약간의 자신감, 용기


나에겐 허세가 있다. 뭔가 좀 잘난척을 한달까. 아마도 나의 친구들은 줄곧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허허..) 끊임없이 포장하려고 했다. 그게 더 없어 보이는 건데, 뭐가 그렇게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부족하지만 솔직한 나로서 있을 때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걸 잘 몰랐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은근슬쩍 내가 한 일을 부풀리기도 하고, 수치스럽고 힘들었던 경험은 고이고이 접어 숨길 때도 많다. 그래도 차선의 삶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스로 약간의 자신감을 만든 것. 조금의 용기를 내본 것. 


요렇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차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사니 뭐랄까,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는 하면 할 수 있다. 목표한 걸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작은 오기들이 용기가 됐고, 하루하루 노력한 것들이 자신감이 될 수 있었다. 


지금에 100% 만족하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마찬가지로 아직도 뭔가 고픈 느낌이다. 이다음의 최선과 차선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최선이 아니어도 조금은 괜찮다. 차선을 최선이 되도록 노력하면 되니까. 

그 결과가 1등이 아니라도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알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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