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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녕 Feb 19. 2021

관종의 삶

프롤로그 



안 한 척, 있는 척, 쿨한 척의 정직하지 못한 관심 종자



'솔직하다'라는 단어에 엄청난 끌림을 느낀다. 솔직한 사람을 만나면 그 매력에 빠지고, 솔직한 대사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와 드라마를 만나면 줄줄 외울 정도로 마음에 빼곡하게 담는다. 이렇게 솔직함이 좋은 이유는 내가 그렇지 못해서다. 


종종 힘들지만 괜찮은 척, 없지만 있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을 해왔다. 친구에게나 엄마에게 툴툴대며 하루 동안 힘들었던 일을 얘기하더라도 정말 내 마음에 타격을 준 것들은 절대 꺼내지 못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는데 날 부족하다고 생각할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자연스럽게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다. 어떤 친구의 스쳐 지나가는 말로 기분이 상했지만 그따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개의치 않은 척은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며칠 밤을 새 가며 열심히 기획안을 완성해 놓고도 결과가 두려워 이게 나의 최선은 아니라는 방어막을 만들고자 '어제 하루 그냥 했는데'라는 말도 안 되는 말로 둘러대며 대충 한 척을 하기도 했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에게 없는 타이틀과 물질적인 것들을 갖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며 갖은 쿨한 척을 남발하기도 했다. 


예전에 관련하여 심리 상담을 받은 적 있다. 그때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에 대해 한번 써보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오늘 당장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상담받은 내용을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이런 상담을 받은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에게 그걸 얘기하라니. 결국 그날 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제안이었던 '자신에 대해 써보는 것'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나를 조-금씩 바꾸는 첫걸음이 됐다. 


나를 쓰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그렇지 않은 척'을 함으로써 더 큰 관심을 얻고자 하는 정직하지 못한 관심 종자라는 것. 차라리 드러냄으로써 시선을 갈구하는 관종이 훨씬 더 사랑스러울 텐데 말이다. 해결되지 않는 감정을 해소하고자 나의 상태를 나열하고 적어보면서 내가 얼마나 솔직하지 못한가를 깨달았다. 원인이 나보다 타인의 시선을 먼저 두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아가고 인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기왕의 관종이라면 최소한 나에게 솔직한 러블리한 관종이 되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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