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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랑쓰 Jun 24. 2024

떠나는 팀원들은 쿨하게 안녕

스타트업 팀장일기

팀장을 하다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인연도 있지만 오랫동안 정들었던 팀원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때도 다가온다. 나도 지금까지 수많은 팀원들을 떠나보냈지만 어떤 팀원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할 때는 항상 가슴이 철렁한다. 조금은 당황한 척, 조금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표정연기를 하지만 내심으로는 당혹감과 서운함에 가슴은 타들어간다.


"지금 이사람이 그만두면 우리 팀 일은 전부 스톱될텐데..."

"당장 이번달말이 납기인데 어떻게 하지..."


나도 팀이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릴때는 이런 마음이 앞서, 당장이라도 팀원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리고 그만두겠다는 팀원도 "팀장이 한 번은 잡아주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좀 같이 더 해보자고 설득을 해보기도 했다.


물론 이런 설득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 사실 내가 설득해서 그만두지 않았을 팀원들은 애초에 그만두려는 고민을 하기 전에 내게 충분한 사인을 보내거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정말 그만두고 싶지는 않으니 팀장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만둔다는 팀원들을 설득하는 건 왜 실패할까? 그 이유는 팀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팀원도 내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을 하기까지 스스로도 수많은 날을 고민하며, 친구들과 술잔을 나눠가면서 신세를 한탄하며, 충분히 고민의 고민의 끝을 거듭했을 것이다. 나에게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는 이미 깊은 고민의 끝에 답은 정해져있는 상태이다.


팀원이 그렇게 고민한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그렇게 고민의 결론을 내린 것은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니 나와 함께 일했던 팀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마지막을 쿨하게 보내주자. 팀장이 된 이상 자신의 팀원들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별에 대해서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그들의 고민의 시간을 존중해주고 그 앞 길을 존중해 주어라. 그게 팀장인 당신이 팀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격려이다.


나도 정말 아끼던 팀원이 있었는데, 나에게 그만둔다고 말을 했었고 나는 세차례에 면담에도 단 한번도 붙잡지 않았다. 팀원의 생각은 확고했고 나는 그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주었고 그만두기 전까지 내가 도와주어야 할 것들이나, 또 그만둔 이후에 내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그러다 그 팀원의 마지막 출근날, 저녁한끼 하자며 삼겹살에 소주를 하면서 팀원이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젠 팀장과 팀원의 딱지는 떼고 형동생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형. 그만둘 때 날 잡지 않아서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지만 형답게 쿨하게 보내줘서 정말 마음 편하게 정리할 수 있었어요. 형이 잡았더라면 마음이 흔들리고 죄책감에 내 다음 커리어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형하고도 되려 마음의 거리가 생겼을 거에요. 쿨하게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회사에서의 팀장, 팀원도 좋지만 난 결국 서로의 인간적인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좋고 소중하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대사가 떠오른다.

"추억은 가슴에 묻고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려"


떠나려는 자를 구질구질하게 잡지 말고 아름답게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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