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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선 Nov 13. 2024

불행할 때 나를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

 코로나 이후로 자영업자 폐업률은 100만이 넘어섰고 자영업자 대출은 10조가 넘어섰다고 한다. 

SNS에서는 이런 현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두가 행복하고 잘나가 보인다. 나만 불행한 거 같아서 우울함이 몰려오지만 다들 티는 안 낸다. 

객관적인 수치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나만 불행한 거 같아 불안하고 우울하다. 

 나도 자영업자 1인 사업자로 산 지 10년이다. 10년의 세월 동안 나만의 일을 한다는 행복만큼 책임도 컸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열매에는 대가가 따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한 만큼 나의 자유와 시간 체력은 소모되었다. 얻는 데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부러워할 사람도 없고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우울한 감정도 사치다. 

알 수 없는 호르몬 수치 때문인지 나이가 들어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는 피곤함으로 수시로 우울감이 나 역시 찾아온다. 몸의 피곤도 있을 것이고 현실의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나 스스로 조울증이라는 병명을 진단할 만큼 어떨 때는 너무 행복하고 열정이 넘쳐흐르지만 우울할 때는 끝도 없이 지하층으로 내려간다. 

그런 날에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일단 밖으로 나간다.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자연을 걷는다. 주로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우연히 발견한 영감들은 기분이 우울할 때도 하나씩 주워 담는다. 그래도 기분이 갑자기 바뀌거나 나아지지는 않는다.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적어도 3일 뒤에 나는 또 어떤 행동을 하며 신나고 있을 그거로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내 감정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한다.      

SNS에 노출되어있는 삶은 사실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감정을 더 괴롭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내 감정의 실체를 일기 위해서는 일기를 쓰고 기록해야 한다. 일기를 쓰는 일은 나의 감정을 제삼자가 되어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종이에 감정을 적다가 몇 달 전부터 한 달에 1권 일기장을 책의 형태로 만들기로 마음먹고 매달 1권의 책이 나올 만큼 나만의 일기를 쓰고 있다. 

진작 안 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건 일기를 쓰면서도 책을 한 권씩이고 있다는 뿌듯함을 가질 수 있고 나의 감정들을 글로 기록하다 보면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사실은 별것이 아니었고, 생각보다 나의 하루는 좋은 일들로 채워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내 감정에 매몰되다 보면 그것들을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그 감정은 곪아서 썩게 된다. 그 감정을 종이에 적다 보면 생각보다 나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올해 말부터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줄어들면서 나를 자책하고 부족한 부분만 들여다보며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나는 자영업자로 살며 빛이 한 번도 없었고, 10년째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경제신문에서 자영업자 폐업률은 100만이며 부채만 10조라는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한 후 나는 잘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직 사업가로 살고 싶었음에도 날지 못하는 건 그 시간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아무도 사업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냥 좋아하는 일로 5년을 보냈다.

폐업하지 않고 5년을 즐겁게 일한 것도 생각해보니 행운이었다. 

그 후 5년의 세월은 아이를 키우며 다시 나만의 일을 찾아야 했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일을 찾은 것도 대견했다. 아이 덕분에 작가의 삶을 살기 시작했고 오늘은 드디어 출판사 등록하러 시청에 다녀왔다. 이렇게 마음먹기까지 1년의 기다림과 망설임이 필요했다. 마음에 있는 일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이루어진다는 걸 내 무의식이 나를 이끈다는 걸 알면 조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을 일이다. 

지금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직 때가 아닌것이지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1년 전 출판사를 너무 시작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1년이 지난 후 출판해보고서야 출판사를 등록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생긴 것이다. 여전히 출판사의 일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있다면 일은 배워서 어떻게든 하면 되는 거니까. 우리는 매일 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간다. 그럴 때일수록 더 몸을 움직이고 나가서 영감을 줍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일기를 써야 한다. 

일기를 쓰는 일은 중요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쉬운 일이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도 습관이 필요하다. 

나도 10년 후에 나의 일기장을 120권의 책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싶다는 꿈과 목표를 정해놨기에 매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설레는 목표가 없다면 나도 행동으로 가지 못한다. 언제나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설레는 꿈이라는 도구가 필요한 이유다. 아무리 작은 목표라도 꿈의 의미부여 하는 순간 작심 3일이 아니라 지속하는 힘이 생긴다.      

지금 우울하거나 불행하다면 그 상황을 기록해보라. 그 불행은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오늘 하루 내가 누린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나도 오늘 우울했다. 이제 이 우울은 자주 오는 감기처럼 익숙한 것이기에 그럴 때는 무조건 밖에 나가서 걷는다. 그다음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거나 서점에 가서 영감을 하나 주어온 후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나를 작가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당신의 불행한 하루는 책 속에 한 줄의 재미를 더할 뿐이다. 

그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된다. 나 역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책으로 읽고 다시 살아갈 위로와 희망을 얻으니까.

우리가 아는 잘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 결과를 얻기까지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다. 그들의 결과만 보고 지금 나의 과정과 비교하면 더 불행해질 뿐이다. 

지금, 내가 누리는 행복에 감사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나의 하루를 기록하면 당신은 생각보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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