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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따가 Oct 18. 2021

새신랑과 비혼 개그

왜냐면 비혼 주의는 결혼으로 완성이 돼요

결혼식이 끝나니 다들 '결혼하니 어떠냐'라고 묻는데, 결혼 전부터 같이 살고 있던 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찾아보자면 공들여 준비했던 결혼식이 끝난 후련함과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는 점 정도랄까.


결혼반지는 잃어버릴까 봐 잘 때도 샤워할 때도 항상 끼고 있다. 평생 반지를 끼워 본 적이 없어 손가락에 무언가 걸려있다는 것이 갑갑하지만 번쩍거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 사랑의 증표여서가 아니라 블링블링한 물성을 가진 무언가를 몸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이런 액세서리 몇 개 더 할까 싶기도 하다.


달라진 점이 또 하나 있다. 나도 이제 공식적인 유부남이 되었으니 결혼 전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비혼 개그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버 주호민 님의 비혼 개그 영상을 본 일이 있는가? '농~담입니다~'라고 익살스럽게 포장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진심이 엿보인다.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같이 광대가 올라가 버리는 그런 표정이다. 저게 연기라면 웹툰 작가가 아니라 연기자도 할 만하다. 그런데 대체 유부남들이 이런 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 이런 개그는 민감한 개그다. 아저씨들끼리 모여서 "너넨 결혼하지 마라"라고 드립 치면서 낄낄대는 모습이 아내들에게 좋게 보일 리 없다. 나도 이 영상을 보면서 낄낄대다가 크게 한 번 혼났다. 그럼에도 비혼 개그가 재미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유부남들에게 금지되어 있는 개그이기 때문이다. 금기의 영역을 개그로 포장해서 은근히 넘는 것. 평소에는 말하지 못하지만, 눈치를 보다가 씰룩대기 시작하는 나의 입꼬리.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비혼 개그의 중요한 요건이긴 하지만 비혼 개그가 재미있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개그가 유부남들의 숨겨진 욕망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거다. 결혼을 한 후 약속한 것들. 서로 맞춰왔던 것들, 때로는 참아왔던 것들은 잊고 잠시 동안 자유를 누리는 헛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왠지 모르게 도파민이 흘러나온다. 잘 때도 샤워할 때도 항상 끼고 있는 결혼반지를 잠깐씩 뺄 때 느껴지는 그 상쾌함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제 겨우 6개월 차 남편이지만 아내가 친정에 다녀온다고 하면 나도 주호민 님 표정이 된다. 목소리로는 한껏 아쉬워 하지만 표정은 숨기지 못한다. 나의 못난 광대 근육 때문에 혼나기를 몇 번이더니 아내는 이제 그냥 넘어가 주는 것 같다.


그렇게 반지가 갑갑하면 빼고 살라고 하면 또 그것은 싫다. 비혼 개그를 좋아한다고 해서 유부남들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결혼이란 건 반지와 비슷해서 블링블링해서 보고만 있어도 좋은 것은 물론이고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삶이 의미 있어지는 그런 거다. 비혼 개그 즐기시는 유부남 분들 그래도 아내분 사랑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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