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진첩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캡처 이미지. 의미 없는 듯한 이미지가 여러 장 저장되어 있길래 열어보니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 리스트 캡처본 여러 장.
아. 지금은 볼 수 없는(근데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를) 그때 그 이름 싸이월드.
20대 초중반 여러 추억을 함께 나눈 사이였기 때문일까. BGM 리스트만 보았는데도 반가운 마음에 캡처 이미지를 열어두고 유튜브 뮤직에서 노래를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싸이월드 BGM' 재생목록을 만들어놓고 저녁 내내 그 음악들을 듣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 자주 갔던 장소,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순간의 감정들이 희미하게 지나갔다.
대학생일 때의 나는 감정에 많이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목적 하나만을 가지고 10대 시절을 보내오다가 막상 대학생이 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 2학년 시절은 그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나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쇼핑을 하기에 바빴었다. 그때는 그 생활이 참 즐거웠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화질의 2G 폰을 가지고 친구들과 셀카를 찍었고, 특별한 날이 되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와서 추억을 남긴다며 다 보관하지도 않을 사진을 연신 찍어댔다.
그렇게 목적 없는 한량 같은 삶을 살면서 내가 가진 희로애락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그때는 내 감정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나 스스로를 돌보고 살폈다. 행복하면 사진을 찍어 싸이월드에 올렸고, 슬픈 일이 생기면 미니홈피 속 미니미를 등 돌려놓거나 마이너풍의 BGM을 선택했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을 때엔 미니홈피 게시판을 열어 감성이 충만한 글귀를 적어 내려갔고, 내 주변의 친구들과 연인을 그 당시 내 주변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앞으로 늘 함께 할 사람들 인양 모든 순간을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내 미니홈피 속 사진첩과 다이어리, 게시판은 내 취향의 사진과 글로 가득 찼고, 어디선가 새로운 노래를 발견하면 신이 나서 구입하고는 곧바로 플레이시키곤 했었다.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감정에 반응할 줄 알고 스스로를 다독여줄 줄 알았다는 게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
2년 전쯤인가, 싸이월드 접속이 가능했던 때에 오랜만에 들어가 오랫동안 업데이트되지 않아 적막이 흐르는 미니홈피를 둘러본 적이 있다. 감정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는지 다이어리와 사진첩 몇 개만 보고도 내가 그때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때 가장 마지막으로 설정해둔 BGM 리스트는 브라운아이드소울과 스티비원더의 노래들이었다.
지금의 내가 가진 맥북과 유튜브 뮤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기분이 또 롤러코스터를 탄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싫어 의도적으로 지난 이야기나 지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하고 있었는데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때의 감정에 솔직한 나를 마주한 기분이랄까. 2021년, 메마른 내 가슴 위에 고요한 물결이 파고들어 왔다. 신기하게 몇 개의 노래들로만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꽤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