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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교진 Mar 19. 2018

[읽은 책] 너라는 우주를 만나(김경아, IVP)

입양을 소재로, 가족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책


따뜻하고 감성적이며 인생 공부가 되는 책


저자 가족을 알고 있어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입체적으로 살아 쏙쏙 들어왔다. 2004년 여름 나는 <어머니는 소풍 중>이란 제목의 자전 에세이를 내고, ‘식물인간 어머니 7년간 돌본 청년의 이야기’라는 기사가 노출된 뒤 연일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어 바쁘게 지냈다. 가을 무렵까지 이전과 다른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헛헛해졌을 때 대학 시절 훈련받은 선교단체 IVF 학사회 모임에 참석했다. 당시 대전 지방 대표인 김종호 간사님이 오셔서 셋째 딸을 입양한 이야기를 강의해 주셨다. 한쪽에는 생후 100일쯤 된 예쁜 아기가 엄마와 함께 있었다. 온유함의 대명사인 김종호 간사님은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아기를 입양한 뒤 얻은 일상의 축복과 성경적 의미를 들려주셨다. 나는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채로 중환자인 어머니를 갓 태어난 아픈 딸로 여기고 돌보는 입장에서 그 강의를 들었다. 당시 나는 삼십 대 중반의 총각인 어머니로 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2010년 홍성사에서 근무할 때 김종호 간사님을 다시 만났다. 간사님의 아버님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이 돼 드리고 싶어 메시지를 보낸 뒤 식사를 같이했다. 가정의 고통은 서로를 친밀히 이어준 끈이 되었고, 그 후 여러 차례 깊은 대화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내게 위로의 형님이 되어 주셨다. 섬세한 남자라는 공통점으로 가정의 고통, 사회의 고통을 대화하면서 얼마 전 나는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렸고, 간사님의 막내딸은 중2가 되었다. 태어난 지 28일째 입양된 딸은 김종호, 김경아라는 따뜻하고 이해심 깊은 부모를 만나 언니들과 다른 체육 소녀의 길을 걷고 있다. 체조를 배우다가 지금은 양궁을 배운다. 그 딸 희은이가 <너라는 우주를 만나>의 우주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우주 3호이다.


저자 김경아 작가님은 결혼 25년 차로 개성이 다른 세 딸을 키우고 있다. 막내 희은이를 입양한 뒤 입양 가족 모임의 대표이자 입양 교육 강사로 활동한다. 최근에는 한국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성에 대한 강의도 여러 군데에서 요청받고 있다. 세 딸을 키우면서 수필로 등단한 작가이며 번역도 두 권(<교회 다움> <이제 아프지 않아>) 했으니, 슈퍼우먼으로 비친다. 그러나 책에 자세히 소개한 바 19살에 류머티즘 환자가 되어 극심한 통증을 육체의 가시처럼 달고 산다. 연골이 닳아 인공 고관절 수술까지 받았으니 신체 능력으로는 슈퍼헤로인과는 거리가 멀다. 남편 김종호 간사님도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다. 대학생 선교단체 간사이니 재정적으로 넉넉할 리가 없다. 저자는 우리가 편견을 갖는 이유는 그 대상을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입양 가족을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이미지로 생각한다(영화나 드라마에선 출생의 비밀을 뒤늦게 안 주인공이 방황하거나 친부모를 만나 갈등하는 클리셰가 나온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아이를 갖지 못할 때 고심 끝에 입양을 선택한다고 말이다. 희은이네는 아이 하나 더 키울 충분한 체력과 재력이 있어서 셋째 입양을 한 것이 아니다.



책의 첫 부분에 카이스트 학생 수현이의 죽음이 나온다. 선하고 맑고 공부 잘하고 집밥이 그리운 여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는 아픔은 충격적이면서 이후의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저자는 받아들이기 힘든 그 아픔을 경험하고 어린 한 생명을 가족으로 들여놓기로 결심한다. 사랑하는 수현이의 고통스러운 죽음에서 가정이 필요한 아기를 품기로 한 것이다. 일어날 수는 있지만 흔치 않은 극심한 고통의 떠나보냄이 생명을 맞이하게 했다. 존중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할 아기 희은이는 그렇게 김경아 엄마를 만난다. 희은이는 대학생 수현이가 이 땅을 떠나면서 저자의 마음을 열어 품게 한 소중한 생명이다. 저자는 입양을 어른인 큰 인간이 보호가 필요한 작은 인간의 인생에 개입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어른들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꿀 수 있는 방법이고, 어른이기 때문에 택하는 보편적인 사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양에 관심을 갖게 하고, 훌륭하거나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입양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부족한 사람이 자신이 성숙해지는 선물임을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임을 밝혔다.


나는 부피가 작고 세련된 구성의 이 책을 읽고 두어 번 가슴 울컥했다. 입양에 대해 북돋우는 에세이로보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에피소드로 다가왔다. 내가 자란 가족의 울타리를 생각하게 했고, 어렸을 때 본 미드 <초원의 집>의 서부 개척 시절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분위기도 떠올랐다. 그 미드의 아버지 조나단은 고단한 일상에서도 자녀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다정하게 이해하는 대화를 나눈다. 지금 대학 졸업반인 첫째 희연이는 엄마는 따뜻하고 감성적이기보다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엄마의 책은 100번 중에 1번 나오는 따뜻한 이미지로 잘 포장돼 있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과 같다고 하여 빵 터졌다. 하지만 독자로서 보기에 저자는 아이 셋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깊고 높고 넓다. 피가 섞이지 않고 근본도 모르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는 편견에 맞서, 공개 입양의 장점을 전하는 사려 깊은 전문 강사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희은이의 당당함이 이 책이 가진 강력한 무기이다. 막내는 원래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고, 사랑으로 키우는 부모 중에 가짜 부모는 없다고, 나라를 지키는 중2답게 똑소리 나는 촌철살인의 천재가 희은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딸은 김연아, 아들은 반기문(지난 대선에서 바닥을 드러냈지만)으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런 일류 아이로 만들려고 공감능력, 감수성은 일찌감치 제쳐 놓고 머리 나쁜 아이여도 금수저 집안이면 스카이에 보내기 유리하도록 입시제도가 복잡해졌다. 한창 뛰놀며 꿈을 생각할 나이에 경쟁에서 이기게 하고 우러러보는 고지에 올려놓으려고 10개가 넘는 학원에 강제로 보내고 뼈 빠지게 돈 벌고 투자한다. 저자는 주변을 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에서 자녀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울타리를 만들어 주려 한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친구 같은 존재로 곁에 있고 세 딸은 모두 참 밝다. 희은이라는 우주가 들어온 이 가정은 은하수가 촘촘한 하늘처럼 신비롭고 풍부한 애정이 넘쳐 보인다. 결핍이 있지만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걸음을 한 희은이 가족을 투영해 나와 내 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입양이라는 주제로 도약해 가면서 지금 살고 있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아이를 키우기에 부적합한 부모여도 보호가 필요한 아기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 부모도 같이 자라가는 모델을 만나게 된다. 출산의 고통보다 큰 통증이라고 하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달고 살아도 입양이라는 우주를 만나 인생의 울타리를 넓히는 것이 가능함을 배운다. 우리는 자기 고통을 현미경으로 보느라 많은 고통에 짓눌려 있는 사회에는 안대를 차고 사는 건 아닐까. 고통에 대한 헤아림 없이는 함께 사는 사회의 성숙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는 수현이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책의 끝에는 <한나의 선물>(지머라이어 하우스덴 지음, 해냄)을 언급한다. 한나와 한나 엄마를 통해 병이 치료되지 않아도 치유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한나 엄마는 악성종양으로 4년을 못 살고 죽어가는 딸을 돌보면서, 사랑받는 존재로 충만히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자신 또한 소중한 삶으로 완벽하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죽을 것임을 확신한다. 치유의 근원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치료는 큰 의미가 없다. 죽을 때까지 상처와 고통을 받고 답 없이 살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사랑을 붙잡지 않으면 인생 자체는 불행으로 가득할 것이다.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이 살아가는 아내, 내 보호를 받는 아이들과의 사랑을 더 생각하게 되었다. 입양에 대한 마음의 폭도 넓어졌으니 <너라는 우주를 만나>는 지금의 내 일상에 무지 큰 일을 해낸 책이다.





<너라는 우주를 만나> 출간 기념, 열린 특강에서 저자가 대답한 인상 깊은 내용 중 몇 대목을 소개한다.



질문) 아이를 키우기에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자신이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는 내용이 있던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나 자신이 나에게 거는 기대를 채우는 것도 힘듭니다. 거기에 다른 사람 시선까지 생각하며 살 수는 없어요. 내가 훌륭하다면 대한민국에서 세 아이를 이만큼 키운 것입니다. 입양부모라서 훌륭한 게 아니에요. 그런 평가를 원하지도 않고요. 입양부모도 부모니까 아이를 혼낼 수 있고 아이도 가출할 수 있는데 주변에서 야박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려고 입양했냐고 말이죠. 그래서 입양부모는 훌륭하다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어요. 훌륭하다는 말은 편 가르기를 하는 거예요. 나는 훌륭하지 않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입양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죠. 우리 모두 평범해도 보호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질문) 만성 통증의 몸으로 아이를 한 명 더 키우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만, 그런 고통이 타인의 입장을 공감하게 한 매개라고 하셨는데요.

열아홉 살에 어린 나이에 류머티즘 진단을 받고는 처음에 무슨 질병인지도 몰랐어요. 과도하게 운동하면 다음 날 욱신거리는 통증 있죠? 항상 그런 통증이 잡히지 않고 매일 달고 사는 몸이 됐어요. 그런데 첫째를 출산하며 겪는 산통은 겨우 이 정도야? 할 만큼 쉬웠습니다. 류머티즘 통증이 출산의 고통보다 훨씬 심했으니까요. 의사들 말로는 여러 통증 중에 탑으로 꼽는 통증이라고 해요. 매일 다량의 진통제를 복용해도 잘 잡히지 않는 고통과 더불어 산 지 만 30년이 흘렀어요. 초반에는 제가 날카로운 바늘과 같은 사람이었죠. 사실 남편이 받아주어 결혼생활도 유지해 왔지, 저는 힘든 것을 주체하지 못했어요. 공부가 쉬워 승승장구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제가 아프지 않았으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을 거예요. 어쩌면 일하다 급사했을지 몰라요. 한 번 꽂히면 올인하고 멈추지 않는 기질이었어요. 그러다가 멈춰도 살 수 있고 멈춰도 나쁘지 않다는 걸 일찍 알게 되었죠. 고통이 제게 좋은 면을 가져다주었어요. 하나님과 많이 싸웠어요. 아이 키우면서 하나님께 섭섭한 적이 많았죠. 제 기도에 반응해 주지 않고 믿음만 강요하시는 것 같아 매일 싸웠어요. 나는 천국에 갈 것이지만 삐친 채로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체적인 고통을 겪고 살면서 다른 사람이 겪는 마음의 병, 관계의 병 등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었어요. 열아홉 나이에 아파서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일찍 개발되었죠. 계속 아픈 사람은 죽음이 낯설지 않아요. 죽음이 멀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까 하는 질문에 답이 단순해지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사람의 공통점은 이 고통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게 돼요. 이 끝에는 뭐가 있을까. 내가 겪은 신체적인 고통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불러일으켰어요. 그 과정에서 얻은 사유의 힘이 글쓰기의 동력이 되었죠.


입양을 준비하는 과정 혹은 입양 후에 들은 편견은 어떤 것이 있나요.

제게 직접 얘기한 경우는 없었지만, 지난 10년간 입양 가족 모임 대표로 활동하면서 접한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대표적으로 “피의 논리”입니다. 피는 못 속일 것이다, 피가 당길 것이다, 도대체 어떤 아이인 줄 아느냐, 근본이 없는 아이를 어떻게 입양하냐 등이에요. 그러면 자신이 낳은 아이는 순수하고 근본 있고 문제없다는 생각을 가진 건데, 이 혈연 중심 사고는 한국 사람이 못 놓는 부분이에요. 저희 부부가 같은 공장으로 만들어 낸 첫째와 둘째를 보면 각기 개성 만점에 독특한 차이를 가지고 있어요. 피는 못 속인다고 말들 하는데 피는 속여요. 나를 닮았으면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공부를 싫어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피의 논리는 결코 옳지 않아요. 어르신들이 근본이 없는 아이란 말씀을 하시는데, 우리 역사 속에 부모님 위로 입양이 과연 한 명도 없었을까요? 숱하게 침략당한 역사를 가진 우리는 입양과 무관하게 산 민족이 아니에요. 지금도 입양된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근본 없음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다 근본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피는 주님의 보혈밖에 없어요. 주의 보혈 외에 피 언급은 의미 없어요.

이런 편견 때문에 저는 희은이를 통해 입양 교육 강사가 되었어요. 아이들부터 공략하자고 마음먹었죠. 입양 강사를 6년 정도 하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주변에서 입양 가족을 본 사람 손들라 하면 매년 퍼센트가 상승해요. 공개 입양 가족들이 계속 노출하면서 소통했고 주변에 입양 가족이 자신의 가족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보이면서 편견이 많이 깨졌어요. 입양가족에게 중요한 건 유머에요. 유머로 대처하며 타인에 대한 오지랖을 정으로 간주하는 게 필요해요. 매번 발끈하면 탈진하고 말죠. 편견에 대해서는 삶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희로애락의 평범한 가족으로 사는 것을 노출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편견 없이 살도록 이끄는 것이 다수가 잘 살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에요.


공개 입양 부분에서 무언가를 숨기는 데 드는 엄청난 에너지를 잘 알리고 사랑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입양아동은 비밀 입양으로 자라서 나중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 입양부모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속았다는 생각을 해요. 자신을 사랑해서 숨겨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속아서 살아왔다는 사실로 자기 인생을 재해석하죠. 부모의 의도가 그렇지 않음에도 배신감을 겪습니다. 저는 비밀이 불가능했어요. 남편의 직업상 어려웠고, 이미 알고 있는 두 딸을 입막음하여 숨길 수 없었어요. 그렇다면 잘 알리는 데 에너지를 쓰고, 먼저 공개 입양한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어요. 한국 사회는 여전히 비밀 입양이 많아요. 우리 입양 모임에 비밀 입양 가족이 오신 적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모른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까요?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고,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 부분에선 서로 평행선 대화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분들의 이유도 사랑이기 때문이죠. 아이를 사랑해서 비밀로 한다는 데 비난할 순 없잖아요. 단, 비밀로 자라는 사람의 결과를 유념해야 해요. 모르는 척 연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터놓고 건강하게 풀어내는 것이 오히려 쉬운 일일 거예요.

      

입양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고 한편으로는 입양에 대해 두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책에 입양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았어요. 이 책을 낸 이유가 우리나라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 한 명이라도 더 가정을 찾기를 바라는 데 있어요. 책을 읽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느끼실 수 있지만, 아는 게 힘이에요. 충분히 알고 입양부모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만 입양한 뒤에는 어려움을 겪어요. 현실적인 일을 알고 입양하는 게 유익하죠. 부모도 부모로서의 준비 없이 아이 낳아 키우면 두려운 일을 많이 접하죠. 입양에 준비 서류가 24가지나 돼요.  입양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라면 이런 준비를 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성숙해집니다. 입양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책을 안 읽어도 입양을 안 하실 거예요. 그 선택은 신이 주시는 마음에 달려 있어요. 현실을 알고 임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죠.


입양은 신앙인에게만 가능한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입양은 신앙인의 의무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문제예요. 불완전한 현실에서 입양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죠. 자기가 낳지 않은 아이라도 어른들이 사회의 안정된 구성원이자 친구로 키워줄 수 있어야 해요. 저는 입양 초기에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열정적인 입양 전도사였어요. 제 꼬임에 넘어간 숱한 부모들이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죠. 지금은 예전처럼 책무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듯이 아이를 기르는 건 의무와 책임만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성숙을 위한 기회라고 말해요. 이 기회는 잡는 자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니 잡으면 좋은 것이다 라고요.



저자는 북토크 전에 "모든 치유의 근원이 사랑"이라는 짧고 분명한 강의에서 다음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저는 아이에게 최초의 치유 근원이 부모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낳은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이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할 부모가 필요합니다. 훌륭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자주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고 바뀌지도 않는 부모 말입니다. 아무리 잘 지어진 집이더라도, 매 끼니 영양사 선생님의 균형 잡힌 식단이 제공되더라도, 사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후원자들이 많아도, 후원물품이 발에 채여도 보호시설은 가정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 의해, 가족 안에서 사랑받고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어른인 인간으로서 우리가 작은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저는 꽤 까칠합니다. 비판적이고 냉소적일 때도 많습니다. 저는 가족만능주의를 싫어하고 가족이기주의는 특히 경멸합니다. 나라가 할 일을 가족에게 떠안기는 처사에 울분을 토합니다. 게다가 ‘엄마’의 모성을 찬양하고 엄마를 우상화 하는 걸 참지 못합니다. 저는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른인 우리가 해볼 데까지는 해보자는 것이죠. 잘 안 되겠지만 애써보자는 것입니다."


어른으로서 해볼 데까지 해보자는 이런 애씀이 나비효과처럼 퍼져갈 때 그토록 부러운 서구 유럽 사회의 행복지수가 대한민국 땅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날 저자 열린 특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겨울을 밀어낸 봄바람이 가슴에 들어왔다. 사람 사는 냄새를 듬뿍 맡고 따뜻해진 가슴에 고마움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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