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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by 황교진 Jun 10. 2018

다문화 아이들에게 비온 뒤 맑은 하늘을 선물한 학교

인순이 설립 해밀학교, 이경진 국장 _1부

강원도 홍천군 남면에 특별한 학교가 있다.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해밀학교"이다. 국제문화특성화 대안학교인 이 학교를 설립한 이는 가수 인순이 씨다. 그녀는 다문화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꿈을 키우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인순이라는 이름으로 가수 활동을 해오며 가난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불렀고, 못 배웠지만 책과 사람에게서 끊임없이 배웠고, 피부색이 달랐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꿈을 이뤄 내기까지 그 결핍의 인생길이 해밀학교를 세운 원동력이 됐다.

다문화 가정 학생 수는 2012년 46,954명에서 2017년 109,38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2017 교육통계분석자료집).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자라며 우리 사회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 이 땅에서 나그네처럼 살다가 지치고 상처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해밀학교 대외협력국 이경진 국장을 만났다.

 

매년 해밀학교 학생들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축제를 열고 있다


 

이경진 국장님을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해밀학교에서 일하게 되셨는지요?

2010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피난처로 간 곳이 충북 청주였습니다. 제게 거처를 제공해 준 목사님이 하시던 사역이 바로 다문화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대안학교였습니다. 학교라고 하기에는 작은 50평 빌라 공간이 교실이자 기숙사였습니다. 서울에서 피난 온 저는 공석이던 행정실을 맡아 2년간 다문화 청소년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섬기는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새긴 시간이었습니다. 다문화 청소년들 가운데 중도 입국한 아이들은 복합적인 고통을 견디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초청으로 낯선 한국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야 하고,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이나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하나님의 눈과 마음은 이 땅의 나그네들을 향해 있다는 확신이 든 제게는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어졌습니다.

어느 날 이 대안학교 아이들을 후원하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인순이 선생님의 미니 홈페이지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부디 참석해 주셔서 아이들의 상황을 헤아려 주세요”라고요. 놀랍게도 이 메시지를 읽은 인순이 선생님이 그 작은 학교에 기꺼이 와주셨습니다. 학교와 아이들을 위한 멋진 음악회을 열어 주셨죠. 그렇게 인순이 선생님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얼마 후 인순이 선생님도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세우고 싶다면서 학교설립준비팀에 저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해밀학교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이경진 국장



 
인순이 선생님이 설립한 “해밀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2013년 4월 강원도 홍천에서 개교했습니다. 학교 문을 연 당시 6명의 아이들이 입학했습니다. 적은 수의 학생지만 얼굴색도 언어도 문화도 배경도 다른 아이들이었기에 새롭고 친근한 방법으로 교육해야 했습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어울리며 살아가다 보니 새로운 문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해밀의 융합교육은 영화, 요리, 협동조합, 예술 등으로 학문 영역을 통합하고, 학습할 가치가 있는 특정 주제에 대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접근법으로 교육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고의 혜택이라고 생각하여 특별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다문화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인정받는 학교의 졸업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미인가 대안학교로 출발한 해밀학교가 “교육부 정식 인가 학교 졸업장”을 줄 수 있도록, 5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2018년 3월 중학교 과정을 이수한 정식 졸업장 수여가 가능한 학교로서 교육부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해밀학교를 운영하면서 본 기적 같은 일들을 소개해 주세요.

아이들이 변화되는 것보다 큰 기적이 또 있을까요?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외모 때문에 놀림 받아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살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이것저것 표현해 내는 성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해밀학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부 정식인가를 받는 과정에서도 기적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설립할 수 있는 지역인지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에서 큰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학교 근처에 납골시설이 발견되어 학교 인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 알아보니 교회에서 설치한 납골시설로 망자의 유골 150기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를 세우느라 납골시설을 옮긴 사례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학교 인가는 어렵게 되었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교회를 찾아가 설득하고 간청하기를 수차례 거듭한 끝에 목사님과 성도들로부터 납골시설 이전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분들이 고아와 나그네를 향한 사랑의 마음으로 바뀌게 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이 땅에서 고아와 나그네를 향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심겨지는 것, 그건 기적이었습니다.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뛴 해밀학교 이사장 인순이 씨와 학생들



또 교육청에서 정식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교 부지에 설정된 근저당을 한 달 안에 해제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당시 모든 재원을 동원하여 학교 건축비 잔금을 막 해결한 터라 재정적으로 몹시 지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한 분이 학교를 방문하여 살펴보고 후원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학교를 둘러보고 가신 뒤 10분이 지났을까요? 1억 원이라는 큰돈이 입금되었는데, 정확하게 근저당 해제 비용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할 때,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는 기적을 보게 된 것이죠. 그 외에도 숱한 어려움을 넘어 해밀학교는 인순이 선생님의 마음에서 시작해 교육부 인가를 받았고,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인순이 선생님, 해밀 학생들, 장애인 청소년과 함께 성화 봉송 주자로 달리기도 했습니다.

 




어제의 결핍을 이기고 오늘의 내가 된 사람 중에 그 결핍을 견뎌야 할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해밀학교의 김인순 이사장과 이경진 국장처럼 어려움, 외로움, 고통을 견디는 아이들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사랑, 격려, 위로로 채워지는 데 도구가 된 사람들. 그런 사명의 사람들의 실천이 사랑의 선순환 구조로 결핍의 땅을 바꿀 것이다. 해밀학교의 기적과 열매에 대해 2부에 이어 들어 본다.

해밀학교 홈페이지 http://www.haemill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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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소풍 중>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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