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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by 황교진 Jun 10. 2018

다문화 가정을 위한 대안학교, 해밀학교 이야기

인순이 설립 해밀학교, 이경진 국장 _2부

해밀학교 이야기 1부에서 가수 인순이 씨의 뜻으로 설립된 해밀학교가 개교 5년 만에 교육부 인가를 받은 이야기를 다루었다. 학교설립준비팀부터 함께한 대외협력국 이경진 국장으로부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해밀학교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2부에 이어 들어본다. 


매년 해밀학교는 남면 다정한 마을축제를 개최해 지역 주민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는다.



학생들이 해밀학교에 입학해서 성장한 사례들이 궁금합니다.

필리핀에서 중도 입국한 여학생이 생각납니다. 이 친구는 따갈로그어와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한국어는 전혀 못하는 상태로 한국에 왔습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해밀학교를 알게 되어 입학했습니다. 다른 외모, 문화, 언어에 갑자기 적응하기에는 사춘기 소녀에게 버거운 짐이었죠. 자주 눈물을 보이며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이 아이 안에 있는 보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인순이 이사장님은 주말에 별도의 미술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 여학생은 집중적인 돌봄을 받고 전시회를 열어 그림도 판매했고, 아마추어 작가로 멋지게 데뷔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원석이 되어 자기 꿈을 이뤄갈 수 있었죠.


화가의 꿈을 가지게 된 해밀 학생의 전시회



또 한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고집이 세고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주장하여 선생님들과 언쟁이 잦은 학생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기숙사 자치회장으로 있을 때 심야에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기숙사를 이탈한 적이 있습니다. 해밀학교는 시골이라 편의점까지 가려면 어두운 논길을 30분 이상 걸어야 합니다. 일반 학교와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타이르려고 징계하지 않고 '비움과 채움'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모든 수업을 멈추고 매일 3~4시간을 걷고 청소를 하고 저녁이 되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한 달 가량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해밀학교의 중요한 전통을 세우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부쩍 성장하게 되었죠. 이 일을 주도한 친구는 해밀학교의 과정을 잘 마치고 얼마나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모릅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성적 1등을 놓치지 않고 전교회장을 하며 현재 고3 수험생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마음과 갈등의 시기를 보살펴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꽃을 피워내더군요. 지금 이 땅의 이주민들과 그 2세들, 외국인노동자, 탈북민들, 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진심으로 이해하고 포용해 주면 그들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우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해밀학교에는 지금도 치열한 사춘기를 통과하고 고교 진학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학생, 언어의 큰 장벽을 넘어서며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베트남계 학생, 교내 밴드활동을 하며 열정을 쏟아내는 러시아계 학생, 아직은 자신의 무거운 환경을 받아들이느라 애쓰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우러져 이러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일반 버스를 타고 소풍 가는 인순이 이사장




설립자인 인순이 이사장님의 수고를 가까이서 보셨을 텐데 어떤 기억이 떠오르세요?

이사장님과 함께 일한 지 8년이 넘었습니다. 인순이 선생님과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 몇몇이라도 잘 돌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 주셨어요. 그런데 8년이 지난 지금, 해밀학교라는 큰 교육 공간이 만들어져 많은 아이들이 배우고 있고, 교육부의 정식인가도 받았고, 그에 걸맞은 학교 건물도 세워졌죠. 이 모든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임을 방증합니다. 아마 인순이 선생님이 하고 싶은 일만 하셨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안하고 더 폼 나게 일하셨을 거예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서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했고,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으며 미래를 준비시킬 선생님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이 해밀학교의 설립 취지이고요. 미인가 형태가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데 아이들이 이 나라가 주는 졸업장을 가지고 싶어 하기에 교육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는 어려운 과정을 헌신적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그 수고가 값진 것은 결과의 크기가 아니라 아이들 중심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낮추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순이 이사장님에게 특히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의 변화일 겁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숨겨진 재능들이 드러나 해밀학교를 졸업한 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세요.




이경진 국장님이 해밀학교 운영에 힘을 쏟으며 깨달은 하나님의 섭리는 무엇인가요?

"하나님이 내가 하는 일에 함께하실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과연 하나님 편에 서 있는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이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 도움이 되기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더군요. 하나님의 관심이 고아와 나그네에게 향해 있고, 이 땅에서 고아와 나그네로 지내는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을 돌보는 일에 동참하도록 은혜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운영하며 겪는 숱한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정착하는 다문화 가정을 돌보고 계신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인으로 사는 것이 제게 큰 기쁨입니다.




해밀학교에 대한 앞으로의 소망과 기도제목이 있다면요?

해밀학교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작은 학교입니다. 이 학교가 속한 산골마을을 중심으로 교육공동체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밀학교의 학생들과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섬기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가르치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자라가기를 기대합니다. 해밀학교가 자리 잡는 동안 마음을 같이할 수 있는 몇몇 젊은 가정이 홍천에 내려왔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산골에서 일어나는 일에 동역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순이 이사장님과 제가 하고 있는 이 교육 사역에 동참하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희망으로 자라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울러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성장하는 데 쓰이도록 후원에 동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00-028-968-075 사단법인 인순이와 좋은 사람들
후원문의: 이경진 대외협력국장 (010-9588-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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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소풍 중>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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