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짜 <한국 축구가 절대 유럽을 따라갈 수 없는 이유>를 보고
fail better
누구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문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잘" 실패하는 방법은 모르겠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더 쉽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박소령님이 <한국 축구가 절대 유럽 축구를 따라갈 수 없는 이유> 영상을 보고 남긴 리뷰(바로가기)를 읽었다.
영상에 출연한 김주표 코치는 “좋은 실패”를 무언가를 계획하고 했던 실패라고 이야기한다. 분명하게 노리는 게 있다면 반대 급부로 놓치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결과가 실패이더라도 과정에서 깨닫고 느끼는 점이 있다. 그리고 그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실패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발전할 수 있다. 김주표 코치는 한국 축구에서는 좋은 실패를 활용하지 못해 발전이 더딘 거라는 쓴소리도 덧붙인다.
개인의 성장 역시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comfort zone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실패가 무엇을 확인하기 위한 실패였는지 분명하다면, 결과에 낙담하지 않고 이후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 실행할 수 있다. 새로운 실행은 확률적으로 이전보다 나을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을 하든 "WHY"에 대한 목표의식이 분명하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성장한다. 그리고 좋은 실패를 반복해야 성장할 수 있다.
30분가량 이어지는 김진짜와 김주표 코치의 대화는 다방면으로 유익하고 흥미롭다.
감독이 하는 일(코칭)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카타르 대표팀 어시스턴트 코치였던 믹 맥더멋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선수들에게 전략을 잘 이해시키고, 코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본질을 더 잘하기 위해 스포츠테크놀로지가 도입되고 데이터로 선수들의 움직임과 전략을 분석하는 것인데, 주객이 전도되어 스포츠테크놀로지 없이는 코칭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믹 맥더멋은 팀을 조직하면 가장 먼저 테크놀로지의 도움 없이도 팀이 잘 돌아가도록 만든다고 한다. "더 적은 정보로 더 잘 해석하라"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데이터를 분석하며 내가 늘 빠지는 딜레마이기도 했다. 나는 부스트캠프라는 개발자 양성과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학습자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획에 반영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 여러 데이터로 학습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할 때 "So what? 이 결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딜레마를 겪는다. 데이터는 행동의 결과이고 사후 분석일 수밖에 없다. 이 분석의 결과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그리고 내가 분석한 방향성을 학습자에게 어떻게 설득하지는 데이터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학습자를 설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학의 수많은 저서에서 이야기하듯 교육이란 학습자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변화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학습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학습자를 변화시키는 일을 교육자가 완성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은 학습자에게 도움이 될 방향을 제시하고, 학습자가 "오,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게 하는 일이다. 이게 나의 일의 본질이며, 데이터나 AI가 없더라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어야, 데이터와 AI의 도움으로 이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축구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경지에 이를 수록 스킬이나 훈련 전략이 아니라 '철학'으로 귀결된다는 이야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으로서의 발전'을 이야기해야 단순히 기술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최종 결정권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례는 부스트캠프에서 우리가 자주 나누는 "부스트캠프는 전인 교육을 하는 곳인가요?"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이 외에도 너무나 좋은 이야기가 넘쳐나서 모두가 이 영상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축구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너무나 재밌을 이야기이고, 나처럼 축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축구의 이야기를 넘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져 흥미로웠다. 심지어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직관적인 성장, 협업, 승리의 경험은 결국 스포츠에서 관찰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스포츠와 관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상의 내용과 별개로 김주표 코치와 김진짜의 대화가 너무나 명쾌하고 분명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이 나누는 주제는 정답이 없고 추상적인, 심지어는 논쟁이 될 수도 있는 화두였지만 둘 다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인 사례와 분명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한다. 30분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이 영상을 보고 이전에 올라온 김주표 코치의 영상은 물론 김진짜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수십 개를 찾아보고, 심지어는 김진짜의 책(진짜의 마인드)도 사서 읽어봤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생각이 명확하고, 그 꿈을 향해 나가는 사람의 눈은 늘 반짝인다. 김진짜도, 김주표 코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