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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Park Nov 29. 2023

[커리어 성장] 반보의 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은 순간에 뜻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평생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10년 전에 들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 하나는,


"종훈님. 딱 보만 앞서려고 해 봐"입니다.


제 생각에 이 문장에 담긴 의미는 2개입니다.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어요.)


1. 두 보 세 보를 앞서면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직에서 변화나 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이런 경우 다음의 패턴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변화 의지가 강하거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조직의 변화 필요성과 방향을 열정적으로 주장합니다. 전문적인 분석과 화려한 장표가 동원되고 글로벌 사례들이 가득 제시되곤 하죠. 내용을 듣다 보면 맞네. 저 방향이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문제는 조직의 현재 상황(readiness)을 감안했을 때 너무 이상적이고 큰 변화라는 점이죠. 그러니 막상 실행 단계에서 크고 작은 저항에 부딪치며 기세가 꺾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조직  15%의 구성원만 믿으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변화(두 보, 세 보를 앞선 변화) 갑자기 요구한다는 건 사실... 하지 말자는 뜻과 같습니다. 전략이든 문화든 피봇팅의 핵심은 원점과 각도입니다. 조직의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로부터 몇 도로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중요한 건 무조건 90도, 180도 돌려버리는 게 아니라 변화주체들이 감내할 수 있는 각도를 찾는 거죠. (리엔지니어링 중인 조직은 90도 180도 전환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2. 반보는 앞서야 감동한다.


두세 보 앞의 미래를 제시하고 무조건 따라오세요! 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반대로 제자리걸음만 하는 건 그 자체로 매력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반보 앞의 무언가에 관심을 가집니다. 반대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기대 수준보다 반보 정도는 앞선 변화나 제안에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면접을 앞둔 지원자에게 어떤 채용팀은 온라인 지도에 면접 장소마크해서 보내지만, 어떤 채용팀은 지원자의 입장에서 찾아오는 여정을 사진으로 담아 레터 형태로 제공합니다. 오는 길에 있는 (구성원들이 뽑은) 인기 카페나 면접 끝나고 가볼 만한 맛집 정보를 담기도 합니다. 지원자들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고 반보만큼의 개선을 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거죠.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 대중교통 입구부터 기다렸다 지원자를 데리고 오는 건? 네. 적어도 두세 보는 나간 변화죠. 지원자가 굉장히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매력과 부담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반보에 담긴 본질'입니다.


제가 당시 '반보 피드백'을 들었던 가장 큰 원인은 1번이었어요. 제가 종종 파격적인 제안을 하니까, 변화 도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던 거였죠. 아무리 좋은 혹은 옳은 변화도 변화 당사자들의 호응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덕분에 전 지금도 어떤 기획을 하든 한 번쯤 숨을 고르며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내가 지금 너무 앞서 가려고 하는 건 아닌지, 혹은 기대 수준에  + 알파를 만들고 있는지. 이 두 질문에 답을 해본 후 스스로의 기준을 통과한 안을 공유하는 습관이요.


만약 내가 속한 조직이나 업무가 리엔지니어링이 요구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반보의 힘을 한 번쯤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분명 나와 조직 모두에 도움이 될 겁니다. :)


Note: 제가 남기는 글은 기업문화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로 특정 조직이나 회사의 상황을 가정하고 적은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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