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게 된 여행

by 한영옥

초등학교 친구 K와 함께 20대 후반 3박 4일 일본 여행을 계획하였다. 친구는 워낙 여행을 좋아했기에 일본 여행을 먼저 제안했다. 나는 흔쾌히 수락하였고 만료된 여권도 부랴부랴 만들었다. 캐나다 이후로 비행기 타고 여행이 오랜만 이었다. 짐을 싸면서도 설레고 좋았다. 여행사 패키지 여행이어서 우리는 짐만 싸서 몸만 가면 되었다. 이른 새벽에 엄마의 배웅으로 인천공항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우리 둘다 엄마가 잘다녀오라고 용돈 10만원 주었다고 좋아하며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상쾌하였다. 들뜬 마음으로 가이드를 만나고 안심되는 마음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가이드 분은 약간은 퉁퉁하였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의 아줌마 베테랑 가이드 분이셨다. 업되는 에너지를 가진 분이셔서 그런지 여행할 맛을 돋우셨다.

그런데 친구는 미리 면세점에서 인터넷 구매해 둔 상품을 찾느라 정신 없었다. 많이 다녀본 자의 여유와 능청스러운 뽀대가 느껴졌다. 난 여행을 자주 안다녀 봐서 면세점 구경을 잘 못했다.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몰랐는데 친구의 여러번 해 본 듯한 자연스러움은 나를 좀 주늑들게 만들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려니 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출발이다. 일본은 처음 가 본다. 지진이 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사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다.

일본은 가까워 금방 도착하였다. 가장 처음 도착한 곳은 오사카 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의 자유시간을 맞이했다. 오사카의 시내를 돌면서 이것저것 구경하였다. 달리는 듯한 사람이 있는 큰 전광판이 있는 곳도 구경하고 어느 맥주집에 들어가서 맥주와 튀김 안주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타코야키도 먹고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며 즐겼다. 즐겁게 논 후에 호텔에 들어와서 다음 날의 일정으로 푹 쉬기로 했다.

잠을 자고 있는데 건물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진동이 조금 있다가 멈췄다. 잠이 취해 있어 이거 왜이러지 하며 지진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진동이 멈춰져 잠을 다시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친구에게 말하니 친구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다음으로 간 일정이 자세하게는 생각나지는 않지만 교토였던가... 조용하고 예쁜 마을이었다. 예쁜 기념품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아이쇼핑하기에 예쁜 곳이었다. 친구와 함께 다니는데 친구는 연신 사진을 찍는다. 우리의 여행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어서 난 정신이 없었다. 구석 구석 사진 찍느라고 바쁘다.


이야기 하면서 풍경을 즐기고 싶은데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에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다. 그리고 기념품을 고르는데 내가 이것을 사야할지 엄청 고민하고 있는데 그만 다른데 가자고 한다. 좀 기다려 줄 수는 없나. 수긍하며 다른데를 가면서 구경하였지만 아까 보았던 것이 자꾸 생각이 나서 그 가게로 다시 가서 사오겠다고 하였다. 어 ! 왜이러지. 이 친구랑 다니는게 불편한 마음이 드네. 조금 짜증도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러나 일본이 아기자기 하고 예뻐서 볼거리의 향연은 즐거웠기에 친구의 불편함은 감수하며 다녔다. 벳부라는 작은 소도시에 가서 숙소에 들어갔다. 아름답고 고즈넉한 시골 도시였다.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고 재래 시장도 보여 친숙함이 느껴졌다. 호텔이 다녀본 곳 중에서 제일 넓고 좋았다. 바깥 풍경도 너무 예뻐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재미 있었던 순간들이었고 음식도 입맛에 맞아 다 맛있었다.


그런데 친구랑 잘 안맞는다. 얼마나 오래 알았던 친구 인데 이 친구랑 여행을 다니는데 같이 못다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날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도저히 입맛이 안나서 친구 혼자 다녀오라고 하였다. 나는 그냥 안 먹고 쉬겠다고. 속도 좀 안 좋았다. 그리고 친구랑 떨어져 숨쉬고 싶었다. 친구가 방문을 나가자 마자 깊이 호흡을 내 쉬었다. 살 것 같았다.

이래서 친구랑 여행오면 싸운다는 소리가 있나보다. 난 이런데 친구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 하지도 않았다. 나는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여행은 즐거웠지만 함께 하는 편안함이 아닌 불편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사진을 천장은 찍었겠다는 분별도 올라오면서 다시는 이 친구랑 여행 안오겠다하는 마음도 다졌다.

일본에서 온천을 가진 않았지만 족욕할 수 있던 곳을 들렸어서 온천물에 발을 담그니 그간의 피로가 풀리는 듯 하였다. 20대 후반에 떠났던 일본 여행, 초등학교 소꿉친구와 함께한 불편한 여행 정말이지 마음 통하는 친구와 수다로 풀고 싶었다. 그래도 일본 여행 자체는 재밌고 좋았다. 다시 가고 싶은 일본 여행이다. 이번에는 좀 편안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나에게 또 여행 가자고 제안했다. 난 시간도 없었지만 이번에 할 일이 많다며 거절했다. 그 친구는 아주 많이 아쉬워 하며 조르기도 했다. 내가 너랑 또 여행가면 사람이 아니다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찾아보니 그때의 일본 여행 사진을 단 한장도 가지고 있지가 않다. 난 사진을 너무 찍는 그 친구를 보며 사진 보기도 싫었나 보다. 어쩜 이리 한장도 없는지. 추억 속 20대 후반의 일본여행 끝은 그 친구와 점점 멀어져 갔다. 내가 멀리 하고 싶었다.

작년인가 오랜만에 그 친구에게서 수원 오면(수원이 친정이다) 연락하라는 말에 알겠다고 했지만 선뜻 연락이 가질 않는다. 일본 여행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친구이지만 너랑 있으면 내가 많이 불편할 뿐이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 강압적인 듯한 너의 태도, 필요할 때만 찾는 것 같은 느낌, 나의 생각이고 느낌이지만 내가 만나서 편안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 배려해 주고 이해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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