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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Oct 17. 2022

가가가여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콘크리트 벽에 점자처럼 스며든 흔적들. 비린내를 풍기며 맨바닥을 끌고 올라왔을 다짐들. 세상의 모든 상처는 지나간 기억의 각주다. 절박한 마음을 풀어 전한다고 해서 모든 상처가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담쟁이넝쿨 지나간 자리마다 딱지 천지다. 말 못 한 고집이 욱신거린다. 쟈는 고집만 버리면 다 좋은디... 이 문장에 기대어 산 지 30년. 강산이 세 번 변했다. 고집도 삼세 번은 바뀌었을 것. 그사이 고집은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고 스스로 불타올랐을 것. 벽의 급소를 짚어가며 손가락 하나로 절박한 마음을 지켜왔을 것. 이제 그 마음 모두 떠나고 벽에는 작은 점 같은 흔적만 남아있다. 그 작은 점 사이로 가을이 스미고, 가을이 떠나고, 또다시 가을이 들고, 또다시 가을이 나가고. 그렇게 모두 흔적이 지워진 뒤에서야, 정녕코 혼자서 중얼거린다. 아까, 가가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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