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요 며칠 마음이 가난해지기 시작했다. 평생 마주할 수 없는 내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뒷모습은 발자국 같아서 가끔 눈이 부시기도 하였다. 마음이 배고플 때마다 밟고 가기 좋았다. 하루는 내 뒷모습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고, 사과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수시로 외로워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슬픔은 내 뒷모습을 채워가며 꽃으로 피기 시작했다. 사과꽃으로 허기를 달래는 기쁨이란 가난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 환하게 핀 뒷모습의 포장지를 뜯어내면 나는 어김없이 그 속에서 울고 있었다. 울음이 뒷모습의 열매였구나. 소매로 울음을 훔쳐 가며, 가령 두 손에 힘주어 뒷모습을 쪼갠다. 울음이 두근거린다. 두근거려도 좋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내 뒷모습에도 이목구비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난이 가난해지기 시작할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