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에게 취직하기로 했다
저는 오른손잡이입니다.
40년 여간 오른손만을 사용해왔습니다.
어느날 문득 오른손이 내게 물었습니다.
"너는 나 말고 만나는 친구는 없니?"
한동안 혼자였습니다.
혼자이고 싶었습니다.
지금껏 나에게 친구는
오른손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른손에게 왠지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무심코 왼손을 만났습니다.
내 곁에 항상 있었지만
내가 몰랐던 왼손...
어색한 왼손...
친한 듯 친하지 않았던 왼손...
내가 왼손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너와 이 지구에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오래 침묵하던 왼손이 대답합니다.
"나와 함께 그림을 그려보면 어때?"
"네가 어릴 적 그려보고 싶었던 그것들... 모든 것들..."
자신이 없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오른손잡이이고
한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른손을 벗어난 삶을 상상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왼손이 나에게 다가와 말합니다.
"걱정마. 난 왼손일 뿐이야."
"네가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관심갖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야."
그래도 저는 두려웠습니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왼손이 오른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오른손잡이의 왼손 그림은 결코 못그려도 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데로, 마음대로 그리면 되는 거야."
"넌 누가 뭐라해도, 오른손잡이니까..."
왼손의 말이 위로가 되진 않았지만,
오히려 위로가 되지 않는 그 말들이
저에게 큰 용기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왼손이 문득 고마웠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왼손이 주는 작은 용기에 기대어
"나에게 취직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리 듯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