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195]
한 해의 끝에 서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과를 돌아보고, 아쉬움을 정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리더에게 이 시기는 특히 중요합니다.
팀원이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내년의 문을 함께 여는 일—이 두 가지가 모두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연말 1:1 대화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시간이 형식적으로 흘러가거나, 리더와 팀원의 기대가 어긋나고, 감정의 결이 맞지 않아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연말 1:1 대화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연말 대화는 단순히 실적을 점검하거나 피드백을 정리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 해 동안 쌓인 감정과 에너지를 정리하고, 관계를 새롭게 세팅하는 자리입니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를 Emotional Closure(정서적 정리)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감정을 정리해야만 새로운 목표를 향해 건강한 에너지가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즉, 연말 1:1은 실적의 대화가 아니라 ‘사람의 대화’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대화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리더와 팀원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종종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자연스럽고 깊어지려면 사전 준비가 핵심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리 대화 주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시 질문:
- 올해 가장 기뻤던 순간 3가지는?
- 가장 아쉬웠던 점과 그 이유는?
- 내년에 도전해보고 싶은 일은?
(지난 주에 공유했던 칼럼에 참조할만한 질문이 여럿 있습니다.)
누구나 시간을 가지고 숙고할 때 더 깊은 자기 성찰이 가능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대화는 감정만 남고, 준비된 대화는 성장의 구조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평가와 피드백에 들어가면 마음이 닫히기 쉽습니다.
따뜻했던 순간, 고마웠던 행동, 잘했던 점부터 시작해보세요.
심리학자 바버라 프레드릭슨의 Broaden-and-Build Theory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긍정적 감정은 사람의 사고를 넓히고(open mindset), 관계의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을 만든다는 이론입니다.
즉, 좋은 감정을 먼저 꺼내는 것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대화의 질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동기유발은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기대와 가능성을 먼저 찾을 때 생겨납니다.
리더가 팀원의 가능성을 먼저 말해주면, 팀원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개념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동기심리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Self-Identity as Motivation(정체성 기반 동기)와 연결됩니다.
기대 → 정체성 강화 → 동기 → 행동
따라서 연말 1:1에서 기대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입니다.
부족한 점을 이야기해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데이터 기반 + 자기성찰" 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Self-Generated Insight라고 부르며,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발견한 통찰만이 행동 변화를 낳는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왜 그랬어요?”가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요?” 를 묻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때 리더는 평가자가 아니라 동료 탐색자가 됩니다.
문제 해결은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여러 실험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하던 대로 하면, 나오던 결과가 나옵니다.
팀원이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작은 실험은 실행 부담이 낮고, 실패 비용이 적고, 성공 가능성은 높습니다.
즉, 정답을 주는 리더가 아니라 실험을 함께 설계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말 1:1에서 나온 목표가 흐지부지되는 이유는 팀원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 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B.J. Fogg는 “행동에는 의지보다 구조가 훨씬 강하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다음을 팀원과 함께 설계해야 효과적입니다.
-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첫 행동
- 성공 경험을 만들 실험
- 팀원이 스스로 정하는 관리 기준
- 정기적 점검 루틴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팀원은 더 이상 “관리받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의 주체"가 됩니다.
연말 1:1의 본질은 관계입니다.
팀원은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을 따릅니다.
애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연구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이 높을수록 사람은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배우며 더 많이 성장한다고 말합니다.
리더가 팀원의 ‘지지자’가 되는 순간, 팀의 문화는 성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평가가 아니라 회복,
지적이 아니라 지지,
과거가 아니라 가능성을 담을 때
연말 1:1 대화는 팀의 내년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드는 출발점이 됩니다.
올해 구성원들의 마지막1:1 대화에서 저는 이 한 문장을 기억하고 들어갈 예정입니다.
“리더는 팀원의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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