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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Aug 27. 2017

낡은 워커 한 켤레

오래된 연인들에게 바치는 글

평소에 더할너위 없이 편하고,

나의 하중을 견디는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

고마운 내 신발이 초라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연히 신발가게에 들러 새로나온 '신상' 신발을 보았을 때 입니다.

낡고 헤지긴 했어도 아직 충분히 신을 만한 내 신발이

새 신발들 앞에만 서면 그렇게 비루해보이고 창피해 보일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구경만 하러 갔다가 새 신발을 들고 나옵니다.

그리고 헌신은 조용히 수거함으로 들어갑니다.

조금 아깝긴 하지만 새 신을 신고 여기 저기 다닐 것이 설레입니다.

그러나 막상 다음날 예쁘게 끈을 묶은 새 신을 신고 다니다보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발이 조금 불편하기 시작하다가 신발을 벗어보면

뒷꿈치가 다 까져 아려올때가 많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일 년에 스무번도 넘게.

어디론가 훌쩍 떠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럴때 마다 제가 신발장에서 꺼낸드는 것은

낡고 오래된 워커 한 켤레 입니다.


팔자 걸음이 심한 탓에 뒷축 바깥쪽이 다 닳아져있고,

여기저기 흉하게 긁히고 찍힌 상처 투성이지만

그래도 저는 그 낡은 워커만을 고집합니다.


2014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저를 무수히 많은 곳으로 데려다 주었고,

저로 하여금 수 많은 따뜻한 사람들 앞으로 데려다 준,

고마운 신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몇 년간 여행지에서 하염없이 걷고 뛰며

제발에 딱 맞게 변형되었기 때문입니다.

발이 쉽게 지치고 변수가 많은 여행에 있어

이보다 좋은 신발은 없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인것 같습니다.

가끔 낡고, 헤진 나의 사랑이

보잘것 없고 초라해보일때가 있습니다.

막연하게 새로운 사랑을 꿈꿀때가 있습니다.

그런 권태감 때문에 긴 관계를 끝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랑도 좋지만

'여전한' 사랑은 더 좋습니다.


우리는 종종 여행을 인생에 비유합니다.

인생이라는 힘든 여행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내 곁에 있어준 사람이야 말로

가장 좋은 친구이자 짝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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