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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Sep 02. 2017

네가 버린것들을 안고 살아가겠다.

그 이야기는 그 자리에 머물게 하겠다.

헤어지고나서,

큰 상자에 담겨 온 두개의 소포를 받았다.

반송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 옆에는

누가봐도 거짓인 듯한 주소와

익숙한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상자 안에는 수 백 장의 사진이 있었다.

내가 찍어주고 네가 인화한,

너의, 그리고 우리의 사진이.

그리고 내가 너에게 선물했던 작은 디지털 카메라도

혹여나 고장이라도 날까 여러 겹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너는 우리가 함께한 수 백 장의 기억과 시간,

웃음과 눈물, 희망과 절망을 내게 버렸다.


그리고, 주인 잃은 카메라는

더 이상 우리 사이에

기록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와는 다르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네가 내게 버리고 간 것들을

나는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외장하드와 클라우드 서버에는

지우지 못한 수백기가의 기억과 시간,

웃음과 눈물, 희망과 절망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주변의 사람들은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며

안타깝게 바라 봤지만,

여전히 이따금씩 어디선가 튀어나와

아프게 하는 그것들을

나는 버리지 못했다.

우리가 헤어지던 어느 더운 여름 날,

그보다 몇배로 더운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는 나에게,

너는 말했다.


'우리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

'지나간, 지나갈 몇번의 사랑과 이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정말로 그랬을까?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당신이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른 마음을 먹고 달리 살아가도

나는 우리의 시간을, 그 이야기를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하겠다.


계절은 멈추고

추억은 몇 해 전 겨울부터

지난 여름까지를 반복해서 흐르고 있다.


그안에서 나는,

그대가 버리고 간 것들을,

나의 일부처럼 안고 살겠다.













JACOBS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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