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을 추구하던 사람은 어쩌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게 되었나
MBTI에 따르면 나는 J 인간도 P 인간도 아니다. 그럭저럭 때에 따라 규칙과 융통 사이에서 이 줄과 저 줄을 오고 간다고 하면 비슷한 느낌이겠다.
그런 나를 상당히 오랫동안(어린이-청소년-청년) 지배한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낌
결정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행되어야 한다.
결석하면, 약속이 깨지면, 마감을 놓치면... 사회적 약속이나 계약이 깨지는 일에 내가 원인이 된다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과 태도는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내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했다.
영원히 모든 약속을 지킬 것 같았던 내게도 그럴 수 없는 시기가 왔다. 나이를 먹으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밤을 새우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운이 나빠 사고라도 나면? 뼈가 부러진 상태로 출근할 수는 없다.
갑자기 나타난 일 때문에 약속했던 마감을 미루느라 통사정해야 할 때가 있다.
매일매일 잘 일어나다 과로가 쌓여 어느 날 늦잠을 잘 수도 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예들을 하나하나 드는 이유는... 내가 모든 것에 예외를 두기 싫다는 강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도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이 예외를 두기 싫다는 강박은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착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첫 회사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모두가 급하다고 아우성치고, 나조차 누군가에게 읍소하는 한 사람이 되었다. 아무도 예상 못한 더 큰일이 터지게 되면, 아까 그건 그거고 일단 달려가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을 처리하다 보면, 미처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아까 그건 어떻게 됐어?"라고 누군가 물어본다. (잠시만요...;)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내가 미리 세워뒀던 계획은, 잡아놨던 예약은, 끝내기로 한 마감은 휴지조각이 되어 어디론가 흩어지고, 틀어진 일정을 조율하는 시간만 점점 길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지키지 못할 계획... 세워서 무엇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무기력과 우울감이 온몸을 짓누르고, 나는 계획이라는 행동을 포기했다.
하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계획 없이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혼란한 줄타기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이 해결을 위한 고군분투를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