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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학 관점에서 바라본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협상_류재언

꺼지지않은 불씨, 한일 위안부협상 [글로법협상연구소 류재언변호사]


1. 협상준비 단계


[전제: 모든 협상은 절차적 정당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핵심 이해관계인의 의사가 온전히 고려되어야 한다.]


1)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는가?


지난 100년간 우리 민족의 가장 치욕적인 과거사인 위안부 문제를, 한국 외교부장관의 1시간 회의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총리의 13분간의 전화통화만으로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헌법 제 60조에서 명시되어 있는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 의 적용가능성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었는가?


2) 핵심 이해관계인을 고려하였는가?


이 문제의 직접적 이해관계인인 피해할머니들이 아직 생존해 계신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번 협상 사전,  사후를 막론하고,

철저히 피해할머니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뉴스를 보고 너무도 억울하여 외교부를 방문한 피해할머니들에게 외교부 차관이 던진 말은

“연휴기간이라 위안부 협상 경과를 보고하지 못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이다.


2. 협상 테이블 단계


[전제: 협상테이블의 장소, 시간, 참석자 등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며, 협상테이블에서의 1회 만남으로 중요한 사항을 섣불리 결정지으려 하지말라.]


1) 협상테이블 참석자


협상테이블의 실제 참석자는 한국의 외교부장관과 일본의 외무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한 시간 간의 협상 후, 박근혜대통령과 아베는 13분간의 전화통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로써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는 성사되었다.

첨고로 과거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직접 폴란드에 찾아가 유대인학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였다.


하지만 아베는 협상테이블에 나오지도 않고, 13분간의 전화 통화만으로 양국의 이토록 중대한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아베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협상은 없었을 것이다.


2) 협상 시간


외교부 장관들끼리의 한시간 협상과 박대통령과 아베의 13분간의 통화.

우리 정부는 대략 100분도 안되는 시간을 들인 협상으로, 지난 100년간 우리의 가장 처참한 과거사인 위안부 문제에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하였다.


한나라의 대통령과 정부가 이렇게 Cool해도 되는 것일까?


참고로 얼마 전 나는 중국 상해에 계약협상을 하러 갔다.

그리고 2박 3일을 상대 회사의 변호사들과 목이 쉴 정도로 협상하고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문구가 있어 해를 넘겨 협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간의 가장 중대한 사안에 대해

100여분도 안되는 협상과 전화통화로 합의문을 발표한다?!


이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납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리 물밑으로 모든 각본을 다 만들어 두고

만들어 둔 각본을 처리하기 위한 요식행위 정도로 장관급 회의와

대통령과 총리가 전화통화를 한 것이다.


즉, 사안에 대한 실질적이고 깊이있는 협상없이

정치적인 의도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3. 협상결과 단계


[전제: 모든 협상은 협상결과와 인간관계라는 두 가지 결론을 남긴다. 이 둘을 다 얻으면 성공적인 협상, 둘 중 하나를 얻으면 실패하지 않은 협상, 둘 다 잃으면 실패한 협상이다.]


1) 협상결과 차원

우리가 얻은 것:
A.아베 총리 개인의 "위안부 문제 사죄와 반성"이라는 발언
B.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이에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한다는 약속.


우리가 잃은 것:
A. 어떠한 법적 책임도 합의문에 명시하지 못하였음
B. 이번 합의로 대한민국 정부가 위안부에 관한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임'을 스스로 확인하였음


결국 한일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아베총리의 개인적 사죄표명과 일본 정부의 약 100억원 정도의 출연을 얻고, 그에 대한 대가로 우리정부는 일본정부에 어떠한 법적인 책임도 묻지 못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언을 한 것이다.


우리가 얻은 것에 비해, 우리가 잃은 것은 얼마나 어머어마한 의미를 가진 것인가?


확신컨대, 앞으로 우리 후세들이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일본은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의 이번 합의를 언급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후세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양국간의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있소.' 라며 되려 역정을 낼 것이다.


피해자인 우리가, 가해자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놓고 비난할 수 있는 뚜렷한 명분을 우리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2) 양국관계 차원


협상결과과 이토록 처참하다면, 협상 결과는 차치하고 양국의 관계라도 개선이 되었을까?

지켜봐야할 문제이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각 정부는 서로의 국민들에 이 합의안을 어떻게 보일지에만 온 초점을 기울이고 있으며,

서로의 관계 개선이나 협력방안의 모색 등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결국 이번 협상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협상결과와 양국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최악의 협상을 하고만 것이다.


4. 협상 이후의 협상 '국민과의 2차 협상' 단계


[전제: 때론 실제 협상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자와의 2차 협상이다. 특히 외교 관계에 있어서는 상대국과의 1차 협상보다, 그 이후 대국민을 상대로 하는 2차협상이 더욱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서 발표 직후,

각자 국민들을 상대로 2차 협상에 돌입하였다.


두 정부의 2차 협상의 핵심 메시지는 박근혜대통령과 아베총리가 언급한 아래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아베 "차세대 사죄 숙명 지지 않게 하기 위한 합의"

박근혜 "대승적 견지서 이해해주길"


아베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수십년간 계속되어온 한국정부의 사죄요구와 배상청구에 대해 명확한 선긋기를 하고, 이번 정부에서 해결을 하겠다. 우리 후손들에게 까지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일본국민 입장에서는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에 반해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는 당황스럽다.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달라.'

무엇을, 누가, 왜, 어떻게 이해를 해달라는 것인가?
대승적 견지란 무슨의미인가?
협상결과가 도대체 무엇이라는 것인가?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이런 문장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다니.


돌이켜보면 세월호 사건, 위안부 사건, 사드배치 등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순간마다,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을 상대로 한 협상 방식은 항상 이러한 형태였다.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충분히 고심하여 결정하였다.

 그러니 국민들은 이해해달라.  



[한줄평] 박근혜 정부의 이번 협상은, 협상준비단계, 협상단계, 협상후 단계, 협상 절차, 협상 결과, 상대국과의 관계, 대국민을 상대로한 2차 협상 등 고려 가능한 모든 측면에서 심각하게 애처로운 모양새와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 '실패한 협상'이다.



              법률사무소 율본  류재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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