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데이크의 티 하우스 공간주는 경험에 대하여
물티슈를 달라고 했을 뿐인데, 직원은 구두 밑창 같은 오브제에 물티슈 두 장을 말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순간 웃음이 나왔고, 곧이어 고개가 갸웃해졌다. 아, 이 공간은 처음부터 이렇게 받아들이라고 설계된 곳이구나 싶었다. 테이블 위에는 온갖 형태의 포크와 집기들이 놓여 있었다.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단번에 알 수 없는 것들. 보통의 질서라면 어색하게 느껴질 요소들이 이곳에서는 묘한 부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규칙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보라색과 녹색. 일상에서는 쉽게 쓰이지 않는 색 조합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티팟에는 빨간색 손톱 네일 같은 장식이 달려 있다. 메뉴 이름들은 하나같이 그로테스크하고, 공간에는 미래적인 음악이 흐른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창고형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한다. 모든 요소가 친절한 설명 대신 감각의 충돌을 먼저 내세운다. 그래서 이 공간은 이해하려 들수록 멀어지고, 그대로 받아들일수록 또렷해진다.
이곳은 신기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모든 맥락을 일부러 비워두고, 그 공백을 각자의 감각으로 채워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장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늘 이야기할 공간은 성수에 위치한 하우스 노웨어다.
하우스 노웨어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하는, 말 그대로 ‘어디에도 없는 공간(House Nowhere)’이라는 의미를 가진 미래형 복합 문화 리테일 공간이다.
젠틀몬스터를 비롯한 브랜드들이 추구해온 예술적 감각과 테크를 결합해, 정형화된 쇼핑의 틀을 벗어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경험을 제안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건물 안에는 수많은 브랜드적 이야기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하나, 누데이크 티하우스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경험한 한 잔의 티타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깊은 이야기에 앞서, ‘브랜드 경험’이라는 다소 단순한 단어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브랜드 경험이란 결국 어떤 대상체를 위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요소들,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와 메시지, 그리고 소비자가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가져가길 바라는지에 대한 집합이다. 그래서 브랜드들은 매번 컨셉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쌓고, 디렉션을 정한다. 만약 이런 요소들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면, 이 공간은 한 번쯤 추천해보고 싶은 장소다.
이곳을 방문할 때는 많은 정보를 미리 알아보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정해두기보다 그냥 가서 있는 그대로, 모르는 상태 그대로 느끼고 천천히 알아가길 권하고 싶다. 성수동 특성상 주차가 쉽지 않은 편이지만, 방문 시 2시간 주차 지원이 가능하고 반드시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공간을 둘러보다가 나오는 것도 충분히 허용된다.
티 한 잔의 가격은 1만 원 초반대로 형성되어 있고, 메뉴 전반의 가격대도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순수하게 ‘차를 마시기 위해’ 방문한다면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비용을 단순히 티 한 잔의 값으로 보기보다는, 공간과 브랜드가 설계한 오브젝트와 감각을 경험하는 데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일상에서는 쉽게 마주치지 못했던 감각과 장면들을 잠시나마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장소다. 성수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 하우스 노웨어는 그렇게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난 경험을 조용히 제안하고 있다.
티하우스를 운영하는 브랜드는 누데이크다. 앞서 브런치에서 한 번 다뤘던, 작은 크로와상으로 기억되는 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익숙한 형태의 디저트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던 누데이크가 이번에는 ‘티하우스’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이들은 왜 항상 이렇게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가.
누데이크라는 이름은 ‘New, Different, Cake’에서 출발한다. 새롭고, 다르고, 케이크라는 범주를 넘어서겠다는 태도다. 이 태도는 단순히 메뉴 개발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더 가깝다. 그래서 누데이크의 결과물은 늘 맛 이전에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브랜드가 만드는 디저트와 공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쉽게 설명되지 않고,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사용자는 스스로 해석하게 된다. 오브제를 바라보고, 공간을 걷고, 메뉴를 고르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과정 자체가 누데이크가 설계한 경험의 핵심이다.
티하우스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차를 편하게 마시기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차라는 매개를 통해 브랜드가 어떤 감각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공간에 가깝다. 컨셉을 잡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그 컨셉을 말없이 이해시키는 일은 더 어렵다. 누데이크는 그 어려운 일을 설명 대신 경험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이 티하우스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낯선 장면을 던져두고, 그 안에서 각자가 느끼고 해석하길 기다린다. 누데이크가 꾸준히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 한 번쯤 다른 방식으로 느껴보게 만드는 것. 이 티하우스는 그 태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독특한 경험, 이른바 브랜드 익스피어리언스를 통해 팬층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이제 많은 브랜드들이 공유하는 목표처럼 보인다. 특히 성수 일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팝업 스토어가 짧은 기간 동안 열리고, 빠르게 이목을 끌고, 흥행을 기대하는 흐름 속에서 그 목적은 더욱 분명해진다. 단기간의 관심을 넘어, 결국 브랜드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왜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길 바라는가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소비의 관여도와 신뢰가 있다. 반복적으로 접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안정감, 그리고 ‘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 결국 팬층이란 구매 빈도보다도, 브랜드 이름을 떠올렸을 때 스스로 그 소비자층에 속한다고 느끼는 공감에서 만들어진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많은 브랜드들은 경험을 설계한다. 시각과 청각, 공간과 오브제, 동선과 분위기처럼 디자인과 감각의 접합 요소를 활용해 브랜드를 설명하기보다 체감하게 만든다. 말로 설득하기보다, 한 번의 경험으로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로서 그 경험을 지나치게 분석하기보다, 주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보는 태도가 오히려 더 좋은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든 브랜드 경험이 즉각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공간은 생각보다 먼저 감각에 남고, 그 잔상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기억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브랜드가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일지 모른다.
이 공간에서 가장 먼저 감각을 건드리는 것은 차나 디저트가 아니라 오브제다. 누플랫이 만든 집기들은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구불하게 휘어진 포크와 나이프, 구두 밑창을 닮은 물티슈 오브제까지. 전시장에서 마주한다면 그것이 무엇을 위한 물건인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형태는 분명 아름답지만, 쓰임은 모호하다.
그런데 이 오브제들이 누데이크 티하우스 안에 들어오는 순간 역할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손에 쥐고 사용해보는 대상이 된다. 포크를 들고 망설이게 되고, 컵을 들기 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예술로 승화된 오브제가 다시 ‘사용’이라는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형태와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사실 누플랫의 오브제들을 단순히 구경만 한다면 소비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아름답지만 낯설고, 멋지지만 일상에 들이기엔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티하우스에서는 다르다. 차를 마시기 위해 앉아 있는 동안, 우리는 이미 그 오브제들을 충분히 만지고, 쓰고,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이 곧 이해로 이어지고, 이해는 다시 호기심과 영감으로 남는다. 이 공간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메뉴 역시 같은 태도를 공유한다. 한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디저트들은 독특한 형태와 조형으로 시선을 먼저 붙잡는다. 쉽게 포크를 대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아, 자연스럽게 사진부터 남기게 된다. 먹기 전에 기록하게 만드는 것, 그것 또한 이 오브제들이 수행하는 또 하나의 역할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소비보다 기록이 먼저다.
제품에 접근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맛이나 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기보다, 동물이나 전혀 다른 오브제를 비주얼로 제시하며 감각을 우회한다. 우리는 ‘무슨 맛인지’보다 ‘어떤 이미지인지’를 먼저 받아들이게 되고, 그 이미지가 기대와 상상을 만들어낸다. 정갈해야 할 티타임을 일부러 어지럽히는 이 모든 장치들은, 불편함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감각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공간은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다.
브랜드가 무언가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독특한 방식들
브랜드가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은 더 이상 기능이나 가격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경험을 중심에 두는 브랜드일수록, 소비는 설득의 결과라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가깝다. 누데이크 티하우스가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곳은 ‘사라’고 말하지 않지만, 어느새 브랜드의 세계관 안으로 사용자를 깊숙이 끌어들인다. 먼저, 이 공간은 선택의 기준을 바꾼다. 맛과 향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와 분위기로 먼저 접근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비교 대신 감각적인 직감을 사용하게 되고, 그 순간 선택은 계산이 아닌 경험의 연장선이 된다. 이는 브랜드가 주도권을 쥐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은 ‘사용 경험의 선제 제공’이다. 오브제와 테이블웨어를 판매하기 전에 충분히 사용하게 만든다. 손에 쥐고, 입에 닿고, 테이블 위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은 더 이상 낯선 물건이 아니라, 이미 한 번 경험한 기억이 된다. 소비는 그 기억을 소유하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기록을 유도하는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조형, 설명보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메뉴 구성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확산시키게 만든다. 이는 광고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신뢰도가 높다. 경험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다시 브랜드의 자산으로 축적된다.
이 모든 구조는 브랜딩 관점에서 보면 꽤 정교한 예시다.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공간과 오브제, 동선과 감각으로 대신 말한다. 소비자는 그 안에서 스스로 이해했다고 느끼고, 그 이해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 누데이크 티하우스는 소비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소비가 일어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경험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브랜드라면, 이곳은 한 번쯤 천천히 들여다볼 만한 참고 사례다.
이 공간을 잘 경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무엇이 정답인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 것이다. 정보를 많이 알고 들어갈수록 이 공간은 설명 과잉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갈 때, 감각은 더 예민해진다.
입장하는 순간부터 동선을 천천히 따라가보는 것이 좋다. 독특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 문을 열고 처음 마주하는 색과 소리, 시야에 들어오는 오브제들을 서둘러 해석하려 들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본다. 이 공간은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관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테이블에 앉았다면 메뉴를 고르기 전 잠시 시간을 들여 주변을 살펴보길 권한다. 포크와 컵, 매일 구해오는것 같은 꽃한송이, 라디에이터같은 오브제, 물티슈 오브제 같은 사소한 것들이 어떤 태도를 요구하는지 느껴보는 것도 경험의 일부다. 사용법이 헷갈린다면 그 어색함조차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 이곳에서는 망설임마저 자연스러운 상태다.
사진에 담기전에 많은걸 눈에 담고 그리고 사진에 담으면 좋을것 같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 역시 이 공간이 유도하는 경험 중 하나다. 다만 사진을 찍는 데 집중하기보다, 왜 그 장면을 남기고 싶어졌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차를 마시는 곳’으로만 규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샀는지보다 무엇을 느꼈는지를 가져가길 바란다. 이해하지 못한 채 나오는 경험도 충분히 유효하다. 이곳은 정답을 주지 않는 대신, 각자의 감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완성하게 만든다.